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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4사 '신보도지침' 논조 제각각

서정은 기자  2002.09.11 11: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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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가장 비판적… KBS는 소극적

SBS 침묵… “한나라당 눈치보기” 비판





‘신보도지침’으로 파문을 일으킨 한나라당의 불공정보도 시정촉구 공문에 대해 방송 4사의 보도 태도가 엇갈려 아쉬움을 남겼다. 언론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들도 한나라당의 공문을 언론탄압으로 규정하며 강력 비판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일부 방송사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쟁점화하지 않아 ‘몸사리기’라는 지적을 샀다.

한나라당이 방송 4사에 공문을 보낸 지난달 28일부터 유감을 공식 표명한 지난 5일까지 이 문제를 다룬 방송 4사의 논조는 ‘강경’ ‘소극적 비판’ ‘침묵’ 등의 차이를 보였다. 가장 적극적으로 한나라당의 보도지침을 문제삼은 곳은 MBC. MBC는 지난달 29일 뉴스데스크에서 “정치권이 언론보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문을 통해 요구사항을 제시한 것은 5공 정권 이후 처음”이라며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신보도지침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의 공정성 침해를 우려하는 각계의 비판 여론을 전달했고 31일에는 “한나라당 일부 강경파 인사들이 지도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와 YTN도 비교적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으나 초기 보도에 있어 MBC와 달리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KBS는 MBC보다 하루 늦은 지난달 30일 뉴스9의 ‘한나라당 방송사 공문 정치 쟁점화’를 통해 한나라당 공문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 내용과 방송 4사 노조의 성명을 다뤘다. YTN도 지난달 29일 방송 4사 노조의 성명을 짤막하게 다루고 다음날인 30일에는 ‘신보도지침 여부 공방’ 리포트를 통해 이 문제를 정치권 공방으로 처리했다. MBC가 ‘신보도지침 파문’을 언론탄압으로 공론화하며 정면으로 문제삼은 것에 비해 소극적 대응으로 그친 것.

그러나 KBS는 지난 2일부터 방송협회의 유감 성명을 리포트로 처리하고 3일 한나라당의 언론대응을 비판한 시민단체의 공동 기자회견을 자세하게 보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신보도지침’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KBS 노조는 지난 6일 발간한 ‘공추위 보고서’를 통해 “사실상 KBS가 이끄는 방송협회의 성명서가 나온 때부터 적극적인 비판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경영진의 의중을 확인한 후에 보도 태도가 급변한 것은 씁쓸함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반면 SBS는 이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SBS는 지난달 29일 8시뉴스에서 방송 4사 노조의 비판 성명을 짤막하게 단신 처리했을 뿐 사회적으로 파장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는 “시민단체들까지 방송사의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선데 반해 정작 당사자인 SBS가 이 문제를 적극 보도하기는커녕 침묵하고 있는 것은 결국 한나라당 눈치보기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