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방송 4사에 보낸 ‘불공정보도 시정촉구' 공문과 관련 유감을 표명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언론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신보도지침'으로 규정하며 한나라당의 언론탄압을 강력 비난하고 나선 것이 이번 유감 표명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또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언론과의 관계를 더이상 악화시켜선 안된다는 전략적인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공정방송특위 위원장인 현경대 의원은 지난 5일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방송보도와 관련해 우리 당이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방송사에 협조를 요청한 것인데 일부 표현이 매끄럽지 못해 오해가 생긴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서청원 대표도 이날 “방송사에 보낸 공문의 일부 표현이 매끄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대외 공문을 보낼 때 당 3역과 대표의 결재를 받도록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당의 직인이 찍혀 나가는 공문을 소홀히 관리한데 대해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매끄럽지 못한 표현'과 ‘당의 결재 라인 소홀' 등을 이유로 유감을 표명한 것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축소시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의 공문은 명백한 언론탄압이자 방송장악 음모인데도 단지 ‘공문 소홀'과 ‘일부 표현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폄하하는 것은 현재의 사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언론탄압 사태에 대해 진정으로 국민 앞에 사과하려면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유감 표명으로 대신할 게 아니라 당 대표가 공식 사과하고 사태를 주도한 언론특보 등 관련자의 문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성명을 통해 “이번 신보도지침은 방송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그릇된 언론관에서 비롯된 것이지 표현상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한나라당의 입장 표명은 상대방이 적당히 사과로 받아들여주기를 기대하는 책임회피이고 여론의 비난이 부담스러워 마지못해 발을 빼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MBC를 국감에 포함시키기 위한 감사원법 개정안과 MBC 김중배 사장의 임원회의 발언과 관련해선 입장을 표명하지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이 밝힌 김 사장의 임원회의 발언은 근거없는 왜곡이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질의서를 발송했던 MBC는 현재 이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한 방송사 한나라당 출입기자는 “한나라당이 여론에 밀려 유감을 공식 표명하기는 했으나 진정한 반성이 담겼다고 볼 수 없고 실제 일부 의원들은 잘못한 게 없다는 분위기"라며 “한나라당이 여전히 방송 보도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이후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