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84년 4월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타살 후 은폐 조작으로 결론 지은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는 반면 허 일병에게 발사된 세발의 총탄 중 두발을 누가 쐈는지, 사체가 발견된 폐유류고까지 누가 옮겼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 진상규명위의 발표가 있기까지 허 일병 타살과 조작을 둘러싼 공방은 조선일보 보도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논란은 △허 일병 사망을 둘러싼 부대원 등 관계자 증언 △법의학자들의 허 일병 ‘자살 소견’ 제출 여부 등으로 모아졌다.
진상규명위는 지난달 30일자 조선일보 기사와 관련, 지난 9일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황적준 고려대 의대 교수 말을 인용, “대한법의학회 소속 법의학자 8명이 지난해 의문사위 요청으로 허 일병 부검 사진과 소견서를 검토했으며, 자살이 아니라고 의심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소견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진상규명위는 대한법의학회를 비롯한 국내 법의학자들에게 사건 감정을 의뢰한 바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진상규명위 감정소위원회에서 법의학 감정 보다는 수사가 더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 내렸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한삼희 사회부장은 “군 부검자료를 보고 전문가들의 소견을 듣고자 법의학자들에게 연락했던 것”이라며 “취재과정에서 황 교수가 먼저 의문사위 소견 요청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본지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달 20일 진상규명위가 중간 발표를 통해 허 일병 사망을 타살로 규정하자 조선일보는 당시 부대원 13명 중 9명을 인터뷰, 지난달 28일자 사회면에 ‘허원근 일병 사망 당시 부대원들 “조직적 은폐조작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문제의 내무반 술자리에서 총성을 들었다는 사람은 없었고 다음날 아침 허 일병을 봤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12일자 시사저널은 ‘허원근 일병을 또 사살하려는가’ 기사에서 조선일보의 부대원 증언 기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사저널은 의문사위에서 타살 현장을 증언한 한 부대원의 말을 인용, “신변을 보호받고 있다고 믿었는데 기자가 갑자기 전화해 ‘다른 사람은 모른다는데 왜 당신만그런진술을 했느냐’ ‘혹시 당신이 쏜 것 아니냐’는 식으로 질문을 던져 불쾌하고 당황해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둘러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취재기자는 이에 대해 “당시 취재는 사건 이후 부대원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짚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접촉 과정에서 그런 증언들이 나온 것으로 시사저널 보도에 거론된 취재방식이나 사례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