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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여성인사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사회 편견 반영해 본질이 아닌 주변에 초점, 힐러리 오남용.외모 중시.. 스캔들.가십 중심 보도관행 탈피해야

이경숙  2000.1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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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관행의 변화가 남녀차별금지법 등 법 제정 속도보다도 뒤진다."



"언론보도가 본질이 아닌 주변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 보도 대상에게 굴욕감, 모욕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한국미디어여성연합(상임대표 신동식)과 기자협회 여성특별위원회(위원장 김미경) 공동 주최로 28일 열린 '여성인사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나온 지적들이다.



이정옥 효성카톨릭대 교수(사회학,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소장)는 언론이 여성의 정치 참여에 대해 흔히 적용하는 편견들을 몇 개 유형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힐러리' 접미사의 오남용.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설치는 여자'를 모두 '힐러리'로 통칭한다는 것이다. 4억 로비 수수로 물의를 빚은 주혜란 씨나 이인제 전 경기지사 부인 김은숙 씨가 그 예다.



이 교수는 "힐러리는 정부 내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제3세계 여성을 당당하게 대변하면서 이제는 '대통령 영부인'이 아니라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언론이 당당한 참여와 설치기를 뒤섞는 저의는 무엇인가" 하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또 언론이 여성 정치인의 용모와 가족사항 등 주변적 사실들을 주로 부각시킨다고 지적했다. 김명자 환경부 장관에겐 '미모의'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남자 장관에게 '잘생긴'이란 수식어를 쓰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마찬가지로 언론은 김 장관과 손숙 전 장관의 남편에 대해 남성장관들의 부인들에게 쏟는 것 이상의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사화했다. 이 교수는 "스캔들과 가쉽 중심의 보도관행은 여성인사뿐 아니라 정치, 장애자, 외국인 노동자 보도에도 나타난다"며 언론인 스스로 언론의 사회교육 기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식을 가지고 보도관행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춘옥 단국대 조교수(언론학, 전 시사저널 국제부장)는 "특이한 것, 관습적인 것, 예상치 못한 것이라는 뉴스의 공식에 따라 속보경쟁을 하다 보면 단편적, 주변적 사실이 부각되고 고정관념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며 "특히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보도에서 이러한 편견과 부주의가 많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언론이 객관, 정확, 불편부당 등 뉴스 작성의 원칙을 지킬 것을 당부하면서 사회 편견을 그대로 반영하기보다는 계몽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임상원 고려대 교수(언론학)는 "주혜란 씨의 짙은 화장을거론한보도처럼 본질이 아닌 주변에 초점을 두는 기사는 여성 관련보도의 전형적 현상"이라며 "설사 범죄자라 해도 부당한 심리적 폭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송인 백지연 씨가 스포츠투데이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낸 것과 관련 양삼승 변호사는 "백씨의 문제제기대로 소문을 기사화하는 것이 옳으냐, 기자가 자신의 소속과 지위를 밝힌 순간부터 인터뷰로 인정되는가는 법정에서 밝혀질 문제"라면서 "인격권 침해 여지가 있는데도 상업적 목적으로 기사화한 경우 악의가 인정돼 엄한 징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백씨의 변호인을 맡은 황산성 변호사는 "백씨에 대한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며 백씨가 명예를 회복하고 정상적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성단체들이 연대해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