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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아닌 '공정경쟁'을

판매시장 긴급 점검(상)

김상철 기자  2002.09.11 13: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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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공세 되풀이…공멸 불보듯

“경품은 그만, 신문을 팔라” 비판





지난달 29일 언론노조 산하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 주최로 열린 신문판매시장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의 한 장면. 이상규 경남신문 노조위원장의 마산·창원 지역 사례 발표는 전시(戰時)보고를 방불케 했다. “7월 초 마산지역 은아아파트 1500세대 대상으로 자전거 경품 통해 확장, 벽산아파트 2000세대 대상, 8월초 창원 대우아파트 2000세대…” 식이었다. 김순기 경인일보 노조위원장 발언도 마찬가지였다. “경인지역은 이미 동아 조선 중앙 3사 공세에 초토화됐습니다. 2년 전엔 대전지역이 그랬습니다. 이젠 부산으로 내려갈 겁니다.”

이같은 양상이 현실 그대로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판매시장의 논리가 ‘공정경쟁’이 아닌 ‘전쟁’이라면 낙오나 패배는 회복 불능을 의미한다. 단순히 지국 차원의 문제가 아닌, 신문사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것이다. 올 들어 판매시장 정상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 신문사 판매국장은 “본사에서 지원할 여력도 없고 지국 운영도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배달비 아끼려고 지국장이 직접 배달하다보면 확장할 여력도 없다”면서 “이대로라면 앞날을 보장할 신문사가 몇이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가만있을 수 없으니 고육책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 지난 4월 처음 등장한 자전거 경품은 이른바 마이너신문 지국에서 나왔다. 발행면수부터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무가지 제공 등 비슷한 서비스로는 판촉이 어렵다고 판단, 출혈을 감행한 것이다. 자전거 경품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번졌고, 재확인한 것은 물량으로는 안된다는 점이었다. 수도권의 한 신문사 지국장은 “지난 7월 마이너지국에서 자전거 150여대를 썼다. 규모가 큰 지국에서 곧바로 500대를 풀어버리더라”며 “없는 돈 들여 봤자 소용없다”고 전했다.

규모가 큰 신문사 간 경쟁도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판매관계자들이 통상 한달 부수 유동율을 20% 안팎으로 잡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먹고 먹히는 확장경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다음은 한 지국장이 정리한 지난해 12월 상황.

“경쟁사 지국장이 두달에 걸쳐 경품을 포함, 5000만원의 확장비를 쏟아냈다. 나도 본사 지원금 2300만원 포함해 5000여만원을 들였고 800부를 확장했다. 경쟁사 지국도 850부 정도 확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서로 독자바꿔치기 한 셈이다.”

규모가 작은 신문사 입장에선 본사든 지국이든 돈을 투여할 여력은 없고, 무리해서 경품을 뿌려도 거대 신문사들의 물량 공세에 파묻히고 만다. 다시, 발행면수를 늘리고 광고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부수확장이 필요하지만 자본 여력은 없다.

물론 발행면수가 많은 신문이 물량만을 앞세운, 질 떨어지는 신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신문시장 정상화 요구는 먼저, 신문을 경품이라는 물량없이 동등하게 독자들 앞에 세우자는 데서 시작된다. 발행면수든, 논조든, 편집이든, 독자들의 선택은 그 다음 문제다. 그래도 ‘판매는 뿌리’이고 다시 문제는 판매시장이라는 인식이 여기서 나온다. 새삼스럽지만, 자율규약인 신문공정경쟁규약도 경품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