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뭐합니까? 국제문화행사가 이토록 엉망인 것이 안보입니까? 개막 전까지 작품설치가 안된 것도 문제인데 내 돈 내고 들어온 관람객을 작품 앞에서 가로막는 이런 경우가 어딨어요? 문화행사야 말로 시민 서비스가 최우선 아닌가요?”
이젠 생각만해도 신물 날 지경이다. 그래서 아예 회피하고 싶은 광주비엔날레 얘기다. 평소 안면 있는 중견 미술평론가는 지난 제4회 광주비엔날레를 보러왔다가 나를 보자 이렇게 쏘아붙였다.
“기자들은 뭐하냐?”는 그의 말을 가만 생각해 보면 재밌다. 국제행사의 준비부족과 관람객 서비스 실종, 운영미숙 등의 문제 정도는 언론의 지적으로 금새 바로 잡힌다고 믿는 말투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광주기자들은 한동네 사람(?)이라서 제대로 짚어주지 않고 있는게 아니냐는 핀잔도 섞여 있었다.
“말 마세요. 우리도 지쳤습니다. 할만큼 했는데도 영 좋아지질 않으니 답답하네요. 외지 손님들에게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당장 이렇게 대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광주 사는 죄로 웃어 넘기고 말았다.
이 나라 전국팔도에 철마다 열리는 게 문화축제다. 지자체의 홍보와 지역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별별 것들이 만들어졌다. 그중 예산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을 쏟아붓는 국제문화이벤트도 적지않다. 광주비엔날레는 그 대표적 행사로 꼽힌다. 일부에선 상당히 성공적 사례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의 지적처럼 올해도 여전히 ‘막고 품는 식’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져야할 운영이 시행착오를 거듭할 때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맨날 때리고만 있자니 남모를 고민도 없지 않다. 더욱이 서울이나 타지역, 외국기자들이 광주에 와서 실망스런 반응을 보일 때, 그리고 차가운 칼럼으로 꼬집을 때 기자로서 또는 시민으로서 마음은 착잡하다. 올해는 주요 언론들이 비판의 채찍마저 거둬버려 동네행사가 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광주비엔날레 뿐만 아니라 국제문화행사를 취재하다보면 세련되고 격조있는 운영이 늘 아쉽다. 국제 수준이니, 세계적이니 떠들지만 홍보나 관람객 배려는 극히 문화적이지 못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와 견줄만한 ‘부산비엔날레’와 ‘미디어시티 서울 2002’ 행사가 오는 15일과 26일에 각각 개막한다. 그쪽 홍보사정도 썩 좋지는 않아보인다.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들 것이지만 과연 홍보가 매끄러울지, 또 관람객 서비스는 충분할지 궁금하다.
결론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문화적이지 못한 한국의 문화축제 한 가운데 선 기자가 먼저 문화적이자고. 관람자가 만족하는 행사가 되도록 채찍을 가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