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쩍 늘어난 보수단체들의 신문의견광고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나치게 자극적인데다 심지어 이미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사안에 대한 왜곡도 서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소송이 진행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군사평론가이자 시스템사회운동본부 대표인 지만원씨는 지난달 16일자 동아일보와 20일자 문화일보에 “대국민 경계령! 좌익세력 최후의 발악이 시작됩니다”라는 제목의 의견광고를 냈다. 이 광고에서 지씨는 “광주사태는 소수의 좌익과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부대원들이 순수한 군중들을 선도하여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해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주로 조선과 동아의 지면을 통해 광고를 싣고 있는 보수단체들의 주장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성토가 대부분이다.
재향군인회는 4일자 동아일보 의견광고에서 “전범 김정일이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하며 그가 답방할 경우 즉각 체포해 재판에 회부할 것임을 엄중히 밝혀둔다”고 으름장을 놨다. 5일 조선과 동아에 각각 광고를 낸 자유수호국민운동은 “김대중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가체제의 기본가치에 혼동을 야기케 한 점에 대해 탄핵소추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견광고가 봇물을 이루면서 광고를 싣는 언론사의 책임성에 대한 문제의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일간지 기자는 “진실을 전달해야 할 언론이 역사를 왜곡한 광고를 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광고는 광고일뿐이라는 생각은 언론의 책임방기”라고 꼬집었다.
지씨의 광고를 실었던 동아일보와 문화일보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윤리위)로부터 이미 주의조치를 받은 상태. 윤리위는 지난달 28일 회의에서 “지씨의 광고는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는 내용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부정함은 물론 5·18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된다”며 결정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강제력 없는 윤리위의 조치는 실효성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의견광고에 대한 언론사의 사전조율과 책임성이 요구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용백)은 지난 4일 ‘언론개혁 9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광고에 관한 규정신설’을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일부 광고는 허위 사실을 홍보하거나 과장된 내용을 담아 소비자인 독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게재된 광고에 대해서는 매체의 발행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