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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PR 노출증

기자칼럼  2002.09.18 14: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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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이데일리 산업부 기자



현대는 자기PR시대다. 개성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눈에 띄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적 흐름 탓으로 생각되어 좀 우울해지지만 이유는 아무래도 좋다. 아무튼 지금은 자기PR시대다. 이 땅에 사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 명제에 언론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신문들도 자지(自紙)PR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어감은 좀 이상하지만 말이다.

신문들의 자지PR이 자꾸 껄끄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개성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도 아니고 눈에 띄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적 흐름 탓도 아닌, 한 번 튀어보고 싶은 어린애 같은 치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 신문들을 한 번 펼쳐보자. 행사를 알리는 사고가 아닌 기사 곳곳에서도 넘치는 자지PR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우선 ‘본보가 단독 입수한 ○○에 따르면’ 이라든가, ‘본보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라고 밝혔다’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본보가 단독으로 독점 입수한’이라는 중복 표현도 거리낌없이 쓴다. ‘본보 단독입수 문건 파문’이라는 제목도 수월찮게 눈에 띈다.

가끔은 기사 첫 문장을 ‘○○임을 입증하는 문건을 본보가 단독 입수했다’고 쓰기도 한다. 밝혀진 사실이 아니라 문건을 단독입수 했다는 사실을 더 강조하고 싶어 못 참겠다는 분위기다. 조금만 무게감 있는 취재원으로부터 얻은 소스는 늘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라고 밝혔다’고 강조하지 않으면 몸살이 난다. 감지덕지하게도 이런 취재원과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독자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애처롭게 묻어난다.

얼마전 모 신문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자 ‘이는 본보가 1년전 이 사실을 최초로 보도하면서 우려했던 바가 확인된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이 문장을 읽고 이 사건에 대한 걱정과 우려보다는 1년 전에 우리가 특종보도 했었음을 기억해달라는 유치한 어리광이 먼저 느껴졌다면 나만의 지나친 결벽증일까.

이런 자지PR은 인터넷 신문들도 마찬가지다. 외국계 통신사와 제휴를 하거나 사소한 이벤트라도 벌일 참이면 여지없이 메인 화면에 팝업 창이 뜬다. 독자들의 시선을 성가시게 하면서까지 ‘이런 유명한 통신사와 제휴할 만큼 컸다’는 걸 강조하면 독자들이 ‘아 그러십니까?’하고 경례라도 붙일 줄 아는 듯이 말이다.

어설픈 자지PR은 이제그만두자. 노출증이 지나치면 병이 된다. 독자들이 언제까지 언론의 치기를 받아줘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