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죠? ○○그룹 ○○증권 ○○협회인데요. 아무개 부장님, 기자님 주소 좀 알려주세요. 뭘 좀 보내드리려고요.”
요즘 각 언론사의 내근부서 기자들은 이같은 전화를 종종 받는다. 각 출입처마다 언론사 간부들과 기자들에게 추석 선물을 보내려고 주소 확인에 나섰기 때문이다.
명절에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은 우리의 오랜 풍속이고, 요즘은 출입처에서 기자들에게 보내는 명절 선물도 그 규모나 액수면에서 많이 간소화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출입처와 기관들이 담당 언론사 간부와 기자들을 ‘꼬박꼬박 챙기는 것’을 미풍양속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씁쓸한 구석이 있다는 게 기자들의 생각이다.
한 방송사 편집부 기자는 “절기가 어떻게 바뀌는 지도 모르고 살다가 이런 전화를 받고 나면 머지않아 추석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언론사 간부와 기자들이 그 자리를 떠나거나 언론계를 은퇴해도 지금처럼 기업과 단체들이 신의를 갖고 끝까지 챙겨줄까? 해당 출입처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는 것을 미풍양속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명절 때가 되면 불우 이웃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기사를 쓰고, 고가의 뇌물성 선물을 받는 권력층의 행태를 꼬집는 뉴스를 보도하면서 정작 자신은 출입처 등에서 보내오는 선물을 당연한 것처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방송사 내근 기자는 “언론은 추석을 앞두고 ‘명절이면 더 서러운 불우 이웃들’ ‘호화 뇌물성 선물 유행’ ‘정치인-고위관리집 택배 선물 산더미’ 등등의 기사를 쏟아낼 것”이라며 “기자들과 간부들은 집으로 배달되는 명절 선물이 다다익선, 개인의 역량과 비례하는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고 언론인 자정선언, 윤리강령 등을 다시 한번 상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