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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한반도 위기 "남의 일"

'북 핵보유' 발언 검증 소홀…단순중계 한계 드러나

김상철 전관석  2002.09.25 13: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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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한반도 긴장 고조’ 움직임은 언제까지 남의 일처럼 전해지는가. 외교정책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강경발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를 다루는 국내 언론 보도가 여전히 단순 중계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달을 넘어 분석과 비판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부시행정부가 선제공격을 공식화한 ‘미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것과 관련 국내 언론은 이같은 정책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기보다는 “북한이 여전히 공격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는 데 눈길을 돌렸다. ‘미, 북 불량국가 지목’(중앙) ‘이라크·북 선제공격 필요’(조선) ‘미, 북은 여전히 불량배 국가’(동아) ‘미, 선제공격 중시’(한국) ‘미, 국방 선제공격 위주 전환’(세계) 식이었다. 사설과 기사를 통해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과 보고서의 문제점을 정리한 곳은 23일자 대한매일과 한겨레 정도였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도 “미국에 메시아적 역할을 부여했다” “이라크 공격을 위해 9·11 테러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단순중계의 한계는 특히 미국의 북 핵 보유 관련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핵 보유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이를 되풀이 해 보도하는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 럼즈펠드 미 국무장관의 북한 핵 보유 발언과 관련 북일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정치적 발언이라는 비판도 일었으나 대부분의 언론은 발언 자체를 단순 처리하는 데 그쳤다.

통일부의 한 출입기자는 “지금까지 미국의 북 핵 보유 발언은 새로운 정보나 팩트가 있었다기 보다 시기나 발언자, 표현 수위 정도 외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럼즈펠드 발언 다음날 미 국무부는 “90년대 중반 미 정보당국의 기존 정보평가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으며 럼즈펠드 장관도 18일 “북한은 ‘거의 확실히’ 핵무기들을 갖고 있다”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미국의 북 핵 보유 발언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제임스 울시 CIA 국장은 미 상원 행정위원회 청문회에 참석, “북한이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지난 93년 94년 잇따라 북 핵 문제를 언급했고 페리 미 국방장관 역시 94년 이같은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었다. 이때마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북한 플루토늄 이미 생산’ ‘북,핵무기 제조 가능’ ‘미, 북핵 저지 전쟁각오’ 등 발언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머물렀다. 반면 일련의 발언들은 사실상 90년대 중반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미국의 공식 입장에서 더 나아간 내용들이 아니었다. 언론이 미 강경파 내에서 흘러나오는 발언들을 되풀이해 보도하고 이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나 사실 규명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발언의 진위 여부나 객관성 검증에 나서야 할 언론이 미국 보수강경파들의 발언 때마다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반도 위기를 야기하는 핵 관련 발언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론의 사실 확인과 객관적 접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

전관석 기자 sherp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