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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없는 증면하고 자전거 끼워팔고…"

홍석현 회장 경쟁지 비난발언 주목

박주선 기자  2002.09.25 13: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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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경쟁사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겨냥해 “내용없는 대량증면과 자전거를 주면서 판매에서 1등을 하려는 그런 신문은 되지 않겠다”고 비판, 관심을 끌고 있다. 홍 회장의 발언은 조선일보의 ‘조선경제’ 증면과 동아일보의 자전거 판촉을 정면으로 문제삼은 것으로 최근 신문 시장의 과열경쟁 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홍 회장은 지난 19일 중앙일보 창간 37주년 기념사를 통해 “어떤 신문은 올 봄부터 최신형 고가의 자전거를 판촉용으로 쓰기 시작했다. 신문 한 부에 자전거 한 대라는 전대미문의 판촉 경쟁이 지금 신문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사실상 동아일보를 겨냥해 자전거 판촉을 비판했다. 홍 회장은 또 “어떤 신문은 올 여름 우리 신문의 간판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중앙경제섹션을 겨냥해 대량 증면을 단행했다”며 조선일보의 조선경제 증면을 공격했다. 반면 자사 증면에 대해서는 “다행히 기자들이 ‘경쟁자가 우리의 안방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경쟁지보다 앞서 중앙경제를 선보였다”고 두둔했다.

홍 회장은 “경쟁은 값어치 있는 경쟁, 아름다운 경쟁이어야 한다”며 “자전거를 주고 판매에서 1등 하는 그런 신문이라면 1등 신문이 아니라고 본다. 내용 없는 증면으로 1등 하는 그런 신문이 결코 1등 신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런 신문이 1등 신문이라면 우리는 사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이어 “우리가 추구하는 신문은 시대의 흐름을 짚어내고 때맞춰 아젠다를 제시하는 일류신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차장 그룹이 신문의 질적 변화를 주도해 갈 것을 주문하면서 “우리 기자들은 악착스러움이랄까 강인력에선 경쟁지 기자와 다소 떨어진다는 소릴 자주 듣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역시 일부 지국에서 자전거 판촉을 하고 있고, 조선일보의 조선경제 증면에 대해 중앙경제를 증면하는 등 물량대결로 맞서왔다는 점에서 비판의 시선도 있다. 홍 사장의 발언이 무게를 갖기 위해서는 앞으로 지면의 질로 승부하려는 확실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 회장 발언와 관련,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의미는 발언 그대로”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일부 지역에서 자전거 판촉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아일보처럼 본사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은 없다. 경쟁지의자전거 판촉 때문에 발생하는 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 개인사업자인 보급소가 자체적으로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조선일보측은 “어떤 의도로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증면경쟁, 판촉경쟁의 원조가 어디인지 착각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경영전략실은 “입장을 밝힐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