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북한 선수 금메달 따면…"

방송사 시상식 중계 '고민'

서정은 기자  2002.09.25 00:00:00

기사프린트

인공기·국가 노출… 방송사 입장 엇갈려





“북한 유도선수 계순희가 금메달을 땄을 경우, 시상식을 중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부산아시안게임과 관련 방송사들이 북한 선수의 시상식 중계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북한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시상식을 중계할 경우 북한 인공기 뿐만 아니라 북한 국가가 공식적으로 전파를 타게 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의 북한 국가가 방송될 경우 실정법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일단 방송사들은 아시안게임이 정치적 행사가 아닌 스포츠 대회이고 북한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장 안에서의 인공기와 북한 국가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 선수의 시상식을 중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3사의 입장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SBS는 정규방송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북한 선수의 시상식도 중계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반면 KBS는 현실적으로 다른 나라의 시상식 중계는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 문제만을 따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고 MBC는 가급적 중계를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KBS 손상진 스포츠국장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은메달을 따도 시상식을 잘 중계하지 않는데 북한의 시상식 문제를 따로 고민할 필요가 있느냐”며 “북한 국가가 방송 전파를 탈 가능성은 0%”라고 말했다. MBC 문진호 스포츠국장은 “회사 방침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시상식이 대부분 경기 종료 5∼10분이 지난 뒤 열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계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SBS 이재명 스포츠본부장은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이 바로 열릴 수도 있는데 북한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는다면 스포츠대회라는 의미가 퇴색되고 여러 가지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며 “시상식도 스포츠의 일부라는 생각에서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으나 북한 선수의 시상식을 중계해도 항의가 있을 것이고, 하지 않아도 비판 여론이 나올 수 있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송위원회도 아직 명확한 입장이 없는 가운데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송위 최준근 평가심의국장은 “법 위반 여부, 방송위 심의규정,정부 방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며 “만약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이면 방송사에 미리 고지를 해줄 것인지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