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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미 대북정책 '강건너 불구경'만

우리의주장  2002.09.25 13: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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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행동이 심상찮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미 국가안보전략’의 핵심은 독자적 행동과 선제 공격이다.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는 국가나 테러 위협에 대해 ‘실제적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위해를 가할 듯한 ‘정황’만 포착되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며, 또 국제사회의 협력이나 지지가 없더라도 미국이 단독으로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선언이다. 그만한 힘이 있으니 마음대로 하겠다는 오만과 독선이 느껴진다. 워싱턴포스트조차 “미국에 거의 메시아적인 역할을 부여했다”고 꼬집었을 정도이니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는가.

문제는 미국과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정책이 한반도의 긴장과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미국은 북한을 이라크와 함께 ‘불량국가’로 지목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북한은 거의 확실히(almost certainly)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 안보보고서는 적성국가나 테러위협, 대량살상무기 생산 국가에 대해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상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불량국가’이며 ‘핵을 보유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다음 행동은 무엇일까. 온 몸에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우리 언론이 ‘당사자’로서 그에 걸맞는 관심이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 보유의 사실 여부에 대한 규명에서부터 단독 선제공격 대상에 북한이 포함되는가의 여부, 최근 북한의 체제변화 움직임과 남북 관계의 급속한 진전 등 오랜만에 불고있는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분석도 찾아보기 힘들다.

핵 문제만 해도 그렇다. 북한 핵 문제는 10여년 넘게 논란의 대상이었다. 북이 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차원의 심증과 추정이었다. 그 가능성 차원의 추론이 이번 럼즈펠드 발언으로 ‘사실’이라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것이 사실인지의 여부에 대한 추적과 검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럼즈펠드의 말을 옮기기만 했을 뿐 진위 여부에 대한 검증이나 분석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럼즈펠드는 그 발언의 충격성에 맞는 근거나 사실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미국 언론조차 비중있게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히려 우리 언론이 이를 더크게 보도했다. 근거가 충분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일부 언론은 “핵보유가 사실이라면”이라는 편리한 ‘가정법’으로 럼즈펠드의 주장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보도태도는 미 안보보고서에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매일과 한겨레가 사설을 통해 그 위험성을 지적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언론이 ‘중계’하는데 그쳤다.

미 안보보고서나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국익에 충실한 것이다. 핵심은 미국의 국익이 우리의 평화와 안전에 영향을 미칠 경우 우리의 국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발언에 대한 한국언론의 보도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시각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