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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수'총리에 언론검증 유명무실

"철저검증" 목소리만 요란…보도는 '가뭄'

서정은 기자  2002.09.25 13: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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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수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검증 보도가 가뭄이다. 변호사 개업 후 재산 문제, 삼성전자 실권주 문제, 장남 병역 문제, 자녀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이에 대한 후속 검증보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 체제 변화, 북일 회담 등 남북 문제와 국정감사,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현안에 밀린 탓도 있지만 언론의 ‘검증 의지’가 크게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김석수씨가 후임 총리로 지명된 다음날인 지난 11일 각 신문들은 엄격한 자질 검증을 촉구하는 사설을 쏟아냈다. “세번째 부결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인사청문을 대충대충해서는 국민의 여망을 배신하는 것이다. 전임자와 같은 수준, 같은 잣대로 심도있는 청문을 할 책무가 있다”(대한매일) “김 지명자에 대한 검증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행여 세 번째이니 적당히 넘어가자는 자세를 보인다면 여론의 비판이 국회를 향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동아) “앞의 총리지명자 두명에게 적용했던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김 지명자에게 들이대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원칙의 문제에 어긋난다”(문화) “장상, 장대환씨와 마찬가지로 국정 수행 능력, 자질, 도덕성 등 다방면으로 밀도 있는 점검작업을 벌여야 한다”(한겨레).

이같이 ‘원칙의 문제’라며 철저한 검증을 강조했던 신문들은 김 총리지명자가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인수한 실권주 논란에 대해 참여연대의 질의서 내용, 삼성전자와 총리실측의 입장을 논란과 공방으로만 처리했다. 장남 병역면제, 변호사 개업 후 소득 축소 신고 의혹, 경남 하동 땅 상속 과정, 자녀 예금 편법증여 논란 등도 “의혹이 일고 있다”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표면적으로 드러난 내용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지난 23일자 경향신문의 ‘김석수 총리서리 지상 인사청문회’를 제외하곤 아직까지 제대로 된 검증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신문사 정치부장은 “아들 병역 문제, 자녀 예금 문제, 경남 하동 땅 등을 다 뒤져봤는데 크게 문제삼을 게 없었고 변호사 개업 이후의 수임 사건과 수임료 내역, 세금 문제 등은 논란이 될 수 있어 추적 중인데 쉽지가 않다”며 “전임자에 비해 의혹이 경미하다는 게 주된 이유지만 남북관계 국정감사 대선경쟁 등 주요 이슈들이 동시에 겹치면서 김 총리지명자에 대한 검증이전임자들보다 적게 다뤄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