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에서 지켜보고 있지만 불 구경하듯 할 문제는 아니다. 북한의 잇따른 경제개혁 조치를 바라보는 북한담당 기자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특구 지정, 물가·임금인상 등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지난달 12일 ‘신의주 특별행정구’ 지정 등 북의 변화가 계속되는 상황임에도 불구 취재여건이 나아진 것은 없다. 관련기사 5면
민족 내부의 문제이자 또다른 당사자로서, 우리 사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북의 변화를 여전히 외신에 의존하거나 뒤늦은 북측 보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속한 보도에도, 정확한 사실 확인에도 애를 먹는다.
실제로 북의 7·1조치의 경우 첫 보도는 7월 11일 교도통신 발 기사로 나왔다. 이후 국내 언론 보도는 10일 정도 지난 후 본격화됐다. 지난달 12일 신의주 특구 지정 사실 역시 일주일 뒤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전한 19일자 AFP 발로 첫 보도됐다.
그러나 외신기자들의 상황은 다르다. 지난달 24일 양빈 신의주 특구 초대 행정장관 내정자는 평양에서 외신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에 앞서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어유야그룹은 CNN, BBC, 타임, 아시안 월스트리저널 등 외신기자들과 22일 북한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에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AP 등이 신의주 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외신기사를 받아쓰면서 보도에 혼선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24~25일 국내 언론은 신의주 특구 관련 보도에서 주민 20만명을 이주시키고 50만명을 새로 정착시키는 것인지, 50만명 이주에 20만명 정착인지를 놓고 엇갈렸다. 양빈 행정장관의 기자회견 이후 평양발로 나온 외신이 엇갈린 데 일차적인 요인이 있었다. 정부당국은 7월 현재 신의주 주민은 35만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특구가 북신의주와 해안 지역을 일부 더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신의주 주민 수 만으로 접근하기에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여전히 혼선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같은 양상은 대북보도와 취재 시스템이 안고 있는 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종 확인까지 결국 북 당국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한계와 기초적인 대북 자료 부재,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외신 의존 양상 등이 그것이다. 기존 대북 취재의 수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차 정보나 완전한 사실 확인이 어렵더라도 최대한 현장과 거리를좁혀 정보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부의 한 출입기자는 “신의주 특구 주재 여부에 앞서 당장 중국 특파원을 복수 운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의 경우 중국에 특파원 4~5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북한을 전담하는 특파원이 있어 7·1조치 보도도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세차례에 걸쳐 ‘신의주와 단둥 특구개발 북-중 합의’ 기사를 보도했던 한겨레 하성봉 특파원은 “개인적으로 경의선의 중요성을 절감해 단둥을 여러 차례 오갔다”며 지속적인 추적보도를 강조했다. “관심을 갖고 계속 취재하면 뭔가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러는 동안 자연스럽게 대북관련 자료와 취재원이 축적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북한의 변화를 인정하는 언론사 차원의 시각 교정은 물론 특파원 파견 등 지속적인 투자와 전문성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며 “대북보도 취재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