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향한 후보들의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이들이 내놓을 언론관련 공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측은 지난 4일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용백)가 발표한 ‘2002 대선 공약화를 위한 언론개혁 9대 과제’를 바탕으로 자체 논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 언론관련 공약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도 당 정책위에서 이달 말 관련 공약을 확정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노무현 후보진영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안으로는 신문의 경우 불공정 거래 방지를 통한 판매시장 정상화, 독과점 폐해 개선 방안들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공동배달제 도입 지원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 강화를 통한 경품 난립 규제 등이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지역언론 육성을 통한 점유율 제고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정기간행물법 개정은 편집권 독립 명문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며, 소유지분 제한의 경우 친인척 등을 포함, 사실상 특정인의 지분 100% 소유가 가능한 현 규정은 어떻게든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의 9대 과제에는 신문사 및 통신사 대주주의 소유지분 상한선을 특정관계인을 포함해 15%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분야에서는 방송법 개정을 통한 방송위원회 권한 강화, 디지털방송 전송방식 전환 문제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의 경우 방송위원 선임 구조 개선 등을 통해 ‘독립기관’으로 위상을 확실히 한다는 방침이다.
남영진 언론특보는 “타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언론의 경우 후보 본인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니 만큼 상당 수준 ‘자기화한 공약’을 내놓게 될 것”이라며 “향후 TV토론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정책과 시행방안이 언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언론노조의 9대 과제, 당 혁신위 안 등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논란이 됐던 MBC 민영화 방안은 일단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감사원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민영화 방침은 이와 상충된다는 문제제기가 당 내부에서도 제기됐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상임위원에 제1야당이 추천한 인사 최소1인 이상 포함 △방송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의 심의·의결시 문화관광부와 ‘합의’ 조항을 ‘협의’로 수정 등을 통해 방송위 위상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간법 개정의 경우 편집권 독립 명문화나 소유지분 제한 등은 포함되지 않으며 인터넷매체에 관한 조항 신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 정상화 분야에서도 신문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상광고, 광고총량제 도입 등과 관련 광고판매 대행에 관한 조정 문제도 포함될 전망이다. 논의 과정에서 신문고시 폐지 문제도 일부 거론됐다는 전언이다. 정경훈 당 정책위 전문위원은 “언론 발전, 특히 방송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달 중순까지 논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은 언론노조의 9대 개혁과제를 언론관련 공약의 골격으로 삼았다. 이재영 정책국장은 “언론노조 9대 개혁과제 가운데 지역신문 정상화를 제외한 8개 부문을 언론관련 공약 가안으로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의 언론관련 공약 가안은 △편집권 독립 보장, 소유지분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정기간행물법 개정 △방송사영화 저지 △정보통신부 폐지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신문판매시장 정상화 등을 중심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또 △연합뉴스사법 제정 △디지털방송 전송방식 유럽식 전환 △방송산업 개방 반대 △언론수용자 권리 보장과 미디어교육 제도화 등도 포함되어 있다.
정몽준 후보측은 창당 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공약이 논의된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 후보는 지난달 25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정부가 언론사 세무조사를 개혁이라고 하는데 남이 해주는 것은 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어느 신문사가 세무조사로 많은 과징금을 받았는데 재판과정에서 다 해소된 것을 보면 무리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광철 특보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세무조사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며 언론의 자율개혁을 강조한 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