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전설로 여겨질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12일 국회에서 자해 소동을 벌인 신구범 축협회장의 모습은 다음날자 중앙일보에만 '축산신문 제공'으로 실렸다.
중앙일보에 단독으로 실린 경위는 이렇다. 이날 저녁 축산신문 국회출입 김 모 기자는 자해 현장에서 무의식중에 자동카메라 셔터를 단 한번 눌렀다. 김 기자 스스로도 사진이 제대로 나올지 확신하지 못했다. 곧바로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신 회장 일행들을 따라 간 기자들 사이에선 김 기자의 촬영 소문이 퍼졌다.
중앙일보 정치부 이 모 기자는 제일 먼저 사진 협조를 요청했고 필름째 넘겨받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타사 기자들은 축산신문에 사진 풀(pool)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사진을 찍은 김 기자는 "중앙일보 데스크에도 전화하고 이 기자를 만나 타사도 사진 풀을 말했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또 후배 기자를 동아.조선.연합뉴스 기자들과 함께 중앙일보에 보내 필름 회수를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가진 자'의 생각은 달랐다. 중앙일보는 "편집국장이 필름을 가지고 퇴근했다" "사진부 야근기자들도 모두 퇴근해 디스켓에 담아 줄 수도 없다"고 이해하기 힘든 변명과 함께 용역 경비원들을 보내 타사 기자들의 편집국 출입을 막았다.
이날 문전박대당한 조선일보 사진부 최순호 기자는 "중앙일보가 찍은 사진도 아닌데다 타사 기자들이 구걸하러 간 것도 아닌데 횡포를 부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타사 사진부 한 차장도 "사진은 찍은 사람에게 권리가 있는 것"이라며 "정당한 원고료를 지급하고 매입한 것도 아니면서 독식한 데 대해 타사 기자들 사이에서도 '탈취'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축산신문측은 중앙일보로부터 받은 대가는 새 필름 한통 뿐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기자들 사이에선 중앙일보의 공식 사과가 없을 경우 반드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다.
한편 신 회장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는 장면을 찍은 신문사는 경향.중앙일보 두 곳 뿐이었으나 경향신문 사진이 풀됐다는 이유로 타사는 '연합' 또는 자사 기자 이름을 표기, 사진 크레디트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만 '중앙일보 제공'으로 사진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