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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이사회 서면투표 무산

¾찬성조건 충족 안돼…노조 파업 풀어

서정은 기자  2002.10.09 11: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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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선임을 위한 CBS 재단이사회의 서면투표가 무산됐다. 관련기사 7면

CBS 노조는 재단이사 18명 가운데 찬성 12명, 반대 5명, 기권 1명으로 서면투표가 부결된 사실을 이사들을 통해 공식 확인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CBS측도 재적이사 17명 가운데 4분의 3이 찬성하지 않아 투표가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재단이사의 4분의 3이 찬성해야 사장 선임을 위한 서면투표를 진행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재적이사 수를 17명으로 할 경우 13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로써 사장청빙위원회(추천위원회로 변경) 구성 등 사장 선임을 노조와의 합의 속에 진행하겠다던 지난해 6·26 합의를 깨고 서면투표로 사장과 이사장을 선출하려던 재단이사회의 계획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권호경 전 사장의 3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전면 파업과 단식 농성에 들어갔던 CBS 노조는 서면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지난 8일 오전 9시 업무에 복귀했다. CBS 노조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명백한 절차상 문제를 낳은 재단이사회의 행태가 교계의 반발과 사회적 여론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며 “이사회는 상식을 벗어난 무리한 행동을 그만두고 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 선임 절차를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단이사회가 6·26 합의를 이행하거나 6·26 합의에 준하는 CBS 개혁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하고 노조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부결된 서면투표에 이어 이번에도 서면투표가 무산됨에 따라 권 전 사장의 3연임을 시도했던 CBS 재단이사회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서면투표 찬반과 사장 선출 투표를 동시에 진행한 절차상 문제, 언론사 사장을 편지로 뽑는 비상식적 발상, 권 전 사장과 표 이사장의 자리 욕심 등을 더 이상 교계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지난 5일로 이사장 임기가 완료된 표 이사장은 관례상 신임 이사장이 선출될 때까지 이사장 권한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권 전 사장의 3연임을 통해 종신 이사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뜻이 무산됨에 따라 예전과 같은 실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사회 내부에서 임기가 끝난 표 이사장의 권한과 관련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재단이사회가 권 전 사장의 3연임 욕심을 포기하지 않고 서면투표를 재시도하거나 또다른무리수를 던질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CBS 총무국 한 관계자는 “이사회 직후 사퇴서를 제출한 김상근 목사에게는 투표용지를 발송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적이사수를 17명으로 했으나 표결 내역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 재단이사회의 입장이나 지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