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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뜨리면 쓴다"… 중계보도 여전

'도청·성상납' 등 일회성 폭로에 일회성 보도

김상철 기자  2002.10.09 11: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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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제기 주체 따라 보도 달라진다” 지적도



‘터뜨리면 쓴다.’ 현 정부의 대북지원설이나 김대업씨 테이프를 놓고 주장과 관련 보도가 엇갈리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폭로나 의혹 제기를 받아쓰는 중계 보도 역시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4일 참여연대 논평대로 “국감 전체가 지나치게 정치공방을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고” 여기에는 일정부분 이를 중계한 언론의 책임도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무책임한 폭로전 중단하라’ ‘증거대라, 아니면 입다물라’며 폭로전 양상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언론사별로 기사량이나 건수의 차이가 있었을 뿐 중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25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로비설’ 의혹 자료를 발표하고 “국정원 고위간부로부터 입수한 도청자료”라고 주장하자 언론은 이를 받아 보도했고 이후 ‘대생 매각에 박지원 노무현 한화갑 압력설’ ‘국정원, 청와대 도청’ 주장이 이어졌다. 국정원이 이를 부인하고 정 의원의 추가 폭로가 중단되자 기사도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민주당 의원 3명을 상대로 한 연예인 성 상납 발언도 마찬가지였다. 익명으로 처리된 폭로 내용은 한차례 언론 보도에 거론된 이후 ‘누가 누구’라는 식의 정보보고로만 떠돌았다.

지난달 30일 원희룡 의원의 “김대업씨를 천용택 의원에게 연결시킨 사람이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의 김모 편집장이고, 김 편집장과 최모 변호사 등이 김대업씨와 함께 병풍을 기획했다”는 발언도 몇몇 언론이 국감 중계를 통해 거론했다. 한나라당의 한 출입기자는 “받아쓰기 비판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던 문제 아닌가”라며 “언론사별로 기사로 ‘대접’하거나, 무책임한 폭로에 대한 비판에 무게를 싣거나 하는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계 수준을 넘어 사안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언론노조 민실위 정책연구실에서 발표한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중앙일간지 보도태도 분석’에 따르면 9월 2일~10월 1일 병역비리 의혹의 본질을 흐리는 기사는 조선(11건) 동아 중앙(각 4건)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사 건수는 한겨레(49건) 경향(45건) 한국(44건) 순으로 많았고 가장 적은 곳은 중앙일보(23건)였다. 양문석 정책연구실장은 “누가 폭로했느냐에 따라 보도태도도달라지고 있다”면서 “병역은폐 의혹에 대한 보도는 경향 한겨레 등이 적극적인 반면 대북지원설은 조선 중앙 동아 등이 쟁점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의원들의 폭로 내용을 무시할 수 없고, 자체 취재로 확인이 쉽지 않은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김대업 수사에서 보듯, 섣부른 예단 보도나 의원 발언 하나만으로 연일 1면 머리에 올리는 양상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