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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TV토론과 시청률

서정은 기자  2002.10.09 13: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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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오는 11일부터 방송되는 대선후보 토론회의 사회자로 박경재 변호사를 선정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SBS 노조가 사회자의 도덕적 결함과 정치적 편향성 등 자질 시비를 제기하고, 고위 간부가 ‘낙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사측은 “검토 단계였는데 실수로 홍보자료가 뿌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SBS 내부에서는 노조의 반발과 제작진의 불만, 본인의 고사 등이 겹치면서 회사가 말을 바꿨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정이 어떻든 ‘미디어 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TV토론이 그 시작부터 사회자의 자질 시비로 얼룩진 것은 씁쓸한 대목이다.

TV토론은 후보들의 정책 대결을 유도하고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투표 행위를 돕는 장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TV토론의 사회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공정성’이라는 점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방송사 내부에서 적당한 인물을 찾기 어렵고 외부 인사들도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사회자를 물색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들려온다. 공정성만 중시해 사회자를 찾다보면 공격적인 질문이나 역동적인 재미가 반감돼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찮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TV토론은 역시 공정성이 생명이다. 선거철마다 방송사가 편파보도 시비로 몸살을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타사보다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시청률을 쫓아 사회자를 선정하는 발상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TV토론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과 준비 없이, 내부 인물을 사회자와 패널로 키우려는 노력 없이, 그때 그때 유명 인사를 기용해 재미를 보려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