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업계’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지난 11일 열린 신문협회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행한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관심을 모았다. 신문업계의 자성과 질적 경쟁을 촉구한 일련의 발언들은 업계 내부 비판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고 ‘외부 책임’을 거론하기도 해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최학래 신문협회 회장은 이날 ‘신문의 위기’에 대한 우려를 깊이 표명했다. △우리 신문이 진실과 정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찰력과 절제를 잃어가고 있고 △이 때문에 우리 민족과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 이같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독자와 국민으로부터 그 존재 이유를 의심받고 부정당하는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한국신문이 통찰력과 절제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기존정당을 대신해 ‘권력투쟁의 선봉격이자 주역격’으로 전면에 나서고 있는 듯한 요즘의 현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근시안적인 국내 정치적 권력 다툼 속에서 핵심 주체인양 앞장서버릴 때, 신문이라는 미디어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성을 띠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의 나아갈 길을 재확인하는 ‘신문의 새로운 자기 확인 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신문협회 회장 자격으로 축사를 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불행한 경험’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홍 회장은 사실상 언론사 세무조사를 거론하며 “언론자유 측면에서 보면 저를 포함한 몇 개 회원사가 불행한 경험을 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상처는 아직 완전히 아물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원인이 어디에 있었든 간에 이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면서 “회원들 모두 과거를 털어 버리고 화합하기를 제안한다. 이를 위해 불행을 겪은 분들의 상처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일이 앞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업계 내부 문제와 관련 “지금과 같은 과도한 부수경쟁, 발행면 경쟁을 그만 두어야 한다. 소모적인 양적 경쟁은 모두를 피폐하게 할 뿐”이라며 질적 경쟁, 건전하고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김대중 대통령은 “신문이 바로 서야나라가 바로 선다”며 신문의 제 역할을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독자로서 몇가지 생각을 부탁하고 싶다”면서 “정치가 잘못된다고 해도 신문이 공정한 보도와 통찰력 넘치는 논평을 계속하면 정치는 바로 서게 돼있다. 경제와 사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문이 사회의 목탁으로서 바로 서는 위상이 정립되지 않고서는 그 사회와 국가는 결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우리 신문은 이제 양적으로는 세계적 신문의 반열에 당당히 섰으나 질적으로도 세계적 반열에 섰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려는 마당에 신문도 세계 일류로 도약하는 신문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