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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은 뻥튀기고 사실은 못본척

한소장 폭로·김대업 테이프 조작 팩트 확인돼도 '모르쇠'

박미영 기자  2002.10.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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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도발징후 보고가 묵살됐다는 한철용 소장 폭로의 진실성에 의심이 제기되고 김대업씨 테이프 조작에 가담했다며 한나라당에 제보한 K씨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이를 크게 보도하면서 의혹을 증폭시켰던 언론은 이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결국 의혹은 키우고 사실은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해교전 직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보고했으나 김동신 당시 국방장관이 묵살했다는 한철용 육군 소장의 발언은 지난 5일자 조선 동아 등 상당수 신문의 1면 머릿기사를 장식했다.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블랙북’(일일 대북정보보고서)까지 흔들며 “이런 지휘부에 충성하느니 차라리 전역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 한 소장의 폭로는 충격적인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지난 8일 국방부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 도발 징후를 포착했다던 한 소장이 정작 서해교전 직전인 6월 27, 28일 상부에 ‘단순침범’으로 보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한 소장 발언의 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의 폭로성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던 언론은 이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신중했다.

동아일보는 9일자 2면에 ‘한철용 소장 “군 수뇌부 의도 따른 것 반박”’이라는 제목으로 한 소장의 반박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했으며,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한소장을 속죄양으로 몰려는 분위기가 보여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또 조선일보는 “군은 심기일전해야 한다. 정권도 군을 더 이상 흔들지 말아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폈다.

김대업씨와 함께 녹음테이프를 조작했다며 한나라당에 제보했다는 K씨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지난 1일 “자신의 성이 K라고 밝힌 사람이 ‘김대업씨한테 돈을 받고 친구와 함께 테이프 조작에 참여했다’고 제보해왔다”며 “제보자는 ‘김씨 지시대로 친구가 김도술씨 역을 맡아 녹음테이프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고 폭로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주장은 다음날 ‘“김대업한테 돈받고 테이프 조작”…한나라 “제보자 신병-수표 일련번호 확보”주장’(동아), ‘테이프 조작 제보자 신병 확보…한나라당 주장’(조선) 등의 제목으로 구체적인 테이프 조작과정과 함께 자세히 실렸다.

그러나 K씨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양심선언을 할 것이라던 한나라당의 발언과는 달리 기자회견이유야무야되면서 K씨 실체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중계보도했던 동아 조선 중앙 등은 진상을 규명하는데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난 9일자 ‘국감 그 이후’에서 “회견을 못한 실제 이유는 K씨가 대가를 원하는 점과 전과 7범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을 뿐이다.

이는 지난 4월 이회창 후보의 20만달러 수수의혹을 제기하면서 증거 테이프를 갖고 있다고 폭로한 설훈 의원 관련 보도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언론은 당시 설 의원이 테이프를 공개하지 않자 사설까지 게재하며 ‘설훈 의원 증거 댈 차례다’(동아), ‘설훈의원 테이프 왜 공개않나’(동아), ‘아니면 말고식 폭로주의’(중앙)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