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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한국일보 성향 분석'문건 출처 논란

"20년전 퇴직자 작성" 믿기 어렵다

박주선 기자  2002.10.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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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선거대책용 의혹…

일부선 “문서 조악” 의심





한국일보 간부 성향, 논조 분석 등을 담은 문건이 한나라당 공식 회의 자리에서 노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문건을 갖고 있던 박주천 한나라당 의원은 친구가 개인적으로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대선기본계획 보고대회에서 자료가 공개되면서 한나라당 차원에서 제작한 문건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문건은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 윤국병 사장, 최규식 편집국장의 생년월일, 출생, 학력, 성향 등을 정리하고, 장 회장의 성향을 ‘친 DJ정권’으로 분류했다. 또 △장 회장이 한국일보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장재근 전 회장의 구속 이후 사내 장악력이 확대됐다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친DJ 논조’를 펼쳤으며, 현 정권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타개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접근방안이 담긴 항목은 공개되지 않았다.

가장 큰 관심은 문건의 출처다. 특정 언론의 논조를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담은 문건이 나왔다는 것 자체에서도 ‘불순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지만 박 의원이 개인적으로 입수한 것과 한나라당 차원에서 만든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박 의원측 해명대로 79년 한국일보에서 퇴사했던 친구 서진석 씨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전달한 것일 수 있다. 박 의원측은 77년 전국언론인방명록을 통해 서씨가 한국일보 영업부 차장으로 근무했음을 확인했다. 한국일보 경영전략실 관계자는 “전직사우 중 광고국의 경우 83년 이전에 퇴사한 사우는 보관된 자료가 없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79년에 퇴사한 전직 사우가 한국일보 간부와 논조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선거대책위 조직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박 의원이 문건을 갖고 있었고, 노출된 곳이 이회창 후보, 서청원 대표 등이 참석한 당차원의 선거대책 회의 자리임을 볼 때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최규식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정황상 11일자에 보도한 대로 한나라당 차원에서 만든 문건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자 한국일보 사설도 “문건은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오도된 언론관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언론을 통제하거나 조정, 유리한 보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편집국 한 부장은 “상식적으로 20여년 전에 퇴사한사원이 한국일보에 대한 문건을 만들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원칙적인 잣대로 비판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문건 내용 중 대응 방안을 확보하지 못해 더 크게 보도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당 차원의 문건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기자는 “한나라당 차원에서 만든 문건이라면 그런 수준의 문건이 나올 수 없다”며 내용 중 장재국 구속을 장재근 구속이라고 잘못 표기하고 일반적인 표 양식과 달리 가로 세로를 바꿔 놓는 등 문건의 허술함을 근거로 지적했다.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