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최고위원과 민주당 김원기 상임고문이 언론단체가 주최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여, 정치권과 언론 관계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11~12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고학용) 주최로 열린 ‘대선과 언론의 역할’세미나에서 서 대표는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한 반면 김 고문은 일부 언론의 특정후보 편들기 보도를 지적해 관심을 모았다.
서 대표는 먼저 “작년 한해는 ‘한국언론 수난의 해’였으며, 언론사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5년은 ‘권력에 의한 언론 공작 실패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이제 ‘언론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간섭은 최대한 배제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돼 있다”면서 한나라당 언론정책의 방향을 시사했다. △언론탄압의 수단으로 전락한 신문고시제 폐지 △세무조사 시행에 권력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 제거 △방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인적 구성, 관련 제도 문제점 개선 등이 그것이다.
대선보도와 관련해서는 공약 정책의 구체적 검토, 허구성 지적 등을 언급하며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 고문은 언론의 공정한 심판 역할을 강조하면서 일부 보도양상을 문제 삼았다. 김 고문은 “특정후보는 봐주고 특정후보는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편파성을 보인다면, 그 매체는 공정한 심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대선이 미디어선거로 가기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면서 “일부 언론들은 후보들의 정책노선이나 지향점보다는 말꼬리나 말실수를 대서특필하는 대신 정책 자체는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아쉬운 것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TV토론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과 방송들은 이 후보를 설득해 후보들의 직접 토론이 하루 빨리 성사되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측은 각각 다른 차원에서 여론조사 보도문제를 공통적으로 거론했다. 서 대표는 “요즘 특정후보의 지지도가 보름만에 갑절로 올랐다거나 급격히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를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단순히 ‘누구를 찍겠느냐’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슈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언론이 경쟁적으로 여론조사 보도에 치중하기보다는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검증에 좀 더 신경을 써줘야 할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