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언론관련 공약에 신문고시 폐지를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지난 21일 “언론관련 공약은 현재 조정 중”이라며 “신문고시의 경우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논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 불법 판촉 등은 기존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굳이 신문업종에 고시를 만들어 이중규제를 할 이유가 없다. 형평성 문제도 있고 언론탄압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전거 경품 등 과열판촉 문제가 언론계 쟁점이 되고 있으나 이는 신문협회 자율규제에 맡겨야 하며 법으로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지난 11~12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고학용) 주최로 열린 ‘대선과 언론의 역할’ 세미나에서 “‘언론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간섭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것에 국민적 합의가 되어 있다”며 신문고시 폐지 방침을 언급한 바 있다. 서 대표는 “언론탄압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부활된 신문고시제도는 폐지하고, 언론의 자율규제를 존중해야 한다. 다만 언론사의 불공정거래 행위, 카르텔 등 경쟁제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을 엄정히 적용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지난해에도 신문고시에 대해 줄곧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지난해 6월 신문고시 제정 방침과 관련 “공정위가 ‘신문시장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신문고시 부활은 시장지배력이 큰 비판적인 신문을 무력화시키고 정권에 우호적인 마이너신문을 키워주기 위한 정략적인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0월 신문고시 시행을 놓고서도 당시 언론자유수호비대위 차원에서 “자율로 포장한 타율의 신문고시가 신문의 하향평준화를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신문고시 폐지 대선공약화 움직임은 물량경쟁에 대한 비판과 판매시장 정상화 요구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언론계 안팎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경품 등 올 해 들어 더욱 극심해진 판촉경쟁으로 언론노조,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에서 ‘자율규제 무용론’과 신문고시 적용을 통한 직접 규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때문이다.
판매시장 정상화 문제는 언론노조가 지난 9월 확정한 ‘2002 대선공약화를 위한 언론개혁 9대 과제’에 포함돼 있다. 언론노조는 △공정거래위의 실질적인 감시와 고발 강화 △경품제공에 대한 고발자격을 상대 언론사에서 일반 독자들로 확대 등 ‘신문고시제도 전면 수술’을 판매시장 정상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