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앵커 출신인 전용학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한 데 이어 각각 MBC 사장과 한국일보 사장을 지낸 민주당 강성구 의원과 박병윤 의원까지 후보단일화란 명분 하에 탈당 움직임을 보이자 언론인 출신들이 ‘철새 정치’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한나라당으로 배를 갈아탄 전용학 의원은 그가 민주당의 ‘입’ 노릇을 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전 의원은 실제 민주당 대변인 시절 “이회창 후보는 냉전 수구세력의 화신”이라며 맹공을 퍼붓다가 지난 14일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는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의 집권을 통한 정치 안정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대세”라며 말을 바꿔 언론인 출신으로서 부끄러운 행보를 보였다. 이는 전 의원이 지난 2000년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언론인 신분으로 문제제기를 통한 개혁에 한계를 느꼈다”며 “현장에서 정책으로 변화시키고 싶었다”고 밝힌 정치 입문 동기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강성구 의원과 박병윤 의원의 경우도 후보단일화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국민 경선을 통해 선출한 자기 당 후보가 지지율이 떨어지자 더 높은 지지율을 가진 후보를 쫓아간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강 의원과 박 의원은 각각 MBC와 한국일보에서 보도국장·편집국장을 거쳐 사장까지 오르는 등 30여 년을 언론인으로 지냈던 인물이다. 그러나 정치권에 입문한 이들의 모습은 선배 언론인으로서 모범을 보여주기보다는 후배 언론인으로부터 구태의연한 이합집산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만 사고 있다.
경향신문은 강성구 의원이 노 후보 선출 직후 “노풍을 살려야 한다”고 말한 것이나, 박병윤 의원이 “노 후보는 원칙과 소신이 뚜렷한 정치인, 철학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운 사실을 두고 “말 바꾸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이 언론인 출신들이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기성 정치인보다 더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정치부 기자는 “언론인 출신의 경우 인맥을 통해 영입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소신 있는 정치활동을 펴기보다 맹목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