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탈당과 이합집산을 놓고 언론이 사설·칼럼을 통해서는 비판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관련기사는 대부분 탈당 여파, 정치권 지형변화 관측 등에 할애해 이른바 철새 정치인들에 대한 ‘엄정한 심판’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지난 14일 자민련 이완구 의원과 민주당 전용학 의원이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꾸면서 언론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철새정치’ 비판에 나섰다.
‘철새정치 시작인가’(문화) ‘정치개혁은 철새 청산부터’(경향) ‘또 배신의 정치인가’(동아) ‘철새와 변절의 정치’(중앙) 등 대부분의 신문은 사설에서 “철학도 노선도 없는 이합집산”을 비판하며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엄중히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조선일보는 16일자 사설에서 “같은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는 ‘비슷한 사람’끼리의 결합과 연대가 아니라면 그것은 편의주의적인 ‘야합’으로 전락할 뿐”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정계 빅뱅’ ‘정몽준 의원 신당’ 등을 거론하며 “이런 어지러운 상황에서 특정인 누구누구만을 ‘철새 정치인’으로 매도하기에는 심히 어렵게 돼버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97년 9월 당시 이인제 의원의 신한국당 탈당, 대선 출마와 관련 “한마디로 한국 민주주의의 타락을 의미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문화일보 등 일부 언론이 전문가 입장 등을 통해 정치권 이합집산에 대한 별도 비판기사를 게재하기도 했으나, 사설을 통한 원칙적인 비판 입장과 달리 대부분의 언론은 관련기사 대부분을 현상 분석과 전망에 할애했다. ‘철새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난하면서, 다른 한편 철새 정치인들의 행보와 파장을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이완구 의원과 전용학 의원의 탈당에 앞서 ‘자민련 의원들, 한나라행 잰걸음’(국민) ‘민주당 탈당파 거사 앞당기나’(동아) 등 조금씩 새어나오던 관련 보도들은 14일 탈당을 기점으로 크게 부각됐다.
‘한나라발 정계개편 태풍 예보’(경향) ‘정계 새판짜기 예고’(대한매일) 등 대부분의 기사는 한나라당 의원영입 작업의 향방에 관심을 기울였다.
또 ‘충청권 의원 동요 심각/경기남부로 급속 확산’(문화) ‘한나라 충청 정풍차단/두 의원 입당 의미’(조선) 등 탈당 여파에 대한 ‘지역적 분석’이 이어졌고 이같은 경향은 민주당 탈당 움직임과 맞물려 ‘집나가는경기…서울-충청도 들썩’(동아) ‘중부권 의원 탈당러시 예고’(조선) 식의 기사로 계속됐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사설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한 것 외에 관련기사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의 이합집산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예측이나 파장을 챙기기에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