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들어가면서 각 당 대선 후보 진영에서도 언론의 선거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모니터 작업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자기 후보에 대한 유·불리란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어 객관적인 평가와는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언론보도에 대한 시각이나 평가 또한 제각각이었다.
언론의 선거보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나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보다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게서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왔다.
노무현 조선 등에 강한 불만
노무현 후보의 경우 일부 신문들의 보도태도가 지나치게 한나라당에 편향돼 있고 민주당에 편파적이라며 언론보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반노·비노 그룹의 움직임을 생중계 하듯이 민주당 내분을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는 점이나 △후보의 말실수 등 ‘가십성’ 보도를 부각시키고 있는 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노 후보측의 감정은 상당히 격앙돼있다. 이는 노무현 후보 홈페이지 ‘무현정론’에 미디어자문위원회가 올려놓는 반박글을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현재까지 올라온 30여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조선일보 관련 내용이다. 최근에는 “JP는 그냥두면 죽어…같이 안해”라는 조선일보 보도가 “발언의 진의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방송에 대해서는 보도에 대한 불만보다는 합동토론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TV토론에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보이는 노 후보는 상호토론을 통해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고 하지만 방송사들이 일부 후보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합동토론을 성사시키지 못하자 “후보들한테 끌려 다니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권영길 알릴 기회 원천봉쇄
권영길 후보는 언론이 3자구도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권 후보에 대한 보도가 더욱 인색해졌다는 것. 지방선거가 끝나고 후보 출마 선언을 한 직후에는 언론이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인 것이 사실이지만 선거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세 후보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탈당 사태, 정몽준 후보를 중심으로 한 4자연대 등 정치권의 이합집산에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함으로써 정책선거를 막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민주노동당 선대위김종철 대변인은 “국민들이 정책적으로 판단한다면 더 높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노출빈도가 적어 이를 알릴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봉쇄 당하고 있다”며 “이는 출입기자가 있어야만 작은 기사라도 보도되는 취재시스템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를 두고 “보도자료를 만드는 공이 30%면 전달하는 공이 70%”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회창 방송에 특히 ‘촉각’
이회창 후보의 경우 일부 신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노무현 후보와는 달리 방송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이 신문보도 모니터 보고서는 작성하지 않으면서 ‘주간 방송보도 분석’이라는 별도의 방송보도 모니터 보고서를 작성하고 기자실에까지 배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은 ‘공정방송특별위원회’를 운영중이기도 하다. 최근(9월 30일∼10월 6일) 보고서를 보면 △대북 뒷거래 관련 보도는 한나라당의 의혹 제기보다는 현대계열사 지원용으로 방향을 잡았고, 뉴스의 중·후반부에 배치하는 편집태도를 보였으며 △특히 MBC의 경우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서해교전 정보보고 묵살 관련 보도는 축소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MBC를 표적으로 삼기도 했다.
이 후보측은 신문보도에 대해서는 특별한 불만이 없다면서도 정몽준 후보에 대해서만 특별히 우호적이라며 섭섭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나라당 대변인실 자료분석부의 한 관계자는 “방송의 경우 시간배정이나 멘트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문은 지면에 여유가 있어 반론이 상대적으로 잘 반영되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면서도 “병풍사건 등 의혹이 제기되면 크게 보도하던 언론이 정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나라당이 제기한 ‘89년 현대노조 테러사건’의 경우 큰 사건인데 보도는 솜방망이였다”며 예를 들기도 했다.
정몽준 양당 위주 보도 못마땅
반면 정몽준 후보측은 언론이 한나라당에서 정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제기하는 주장들을 사실확인 없이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면서 언론보도와 관련 이 후보측과는 상반된 주장을 폈다. 정 후보측 정광철 특보는 “신문에 따라서는 객관적이지 않은 시각에서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며 “한나라당이 공격하는 내용을 부각시키면서 정 후보측의 반론이나 시각은 외면하고있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측은 또 언론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위주로 보도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 후보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가 1,2위를 다투는 데 보도는 국회의원 숫자가 많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심으로 보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한동 낮은 관심에 섭섭
한편 대선 출마선언은 했지만 4자 연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한동 후보의 경우 언론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불만은 있다. 언론이 3자 후보 중심으로 보도하면서 지지도가 낮은 후보는 아예 무시한다는 것. 이한동 후보측 서옥식 특보는 “지면 사정 때문에 세 후보 중심으로 보도할 수는 있지만 후보가 나왔는데 아예 보도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