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기사의 일보를 요약하면 경북대 병원 교수 김 모(39)씨와 간호사 도 모(40)씨가 임상연구와 학위논문 작성을 위해 각자 사전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심장병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 환자 35명에 대해 피를 임의로 채취하고 그 검사비마저 치료비 조로 덤터기 씌웠다는 내용이다.
이는 백의(白衣)의 신에게 상처를 입혔다기보다는 환자를 치료하고 수명을 계속 연장시켜야 하는 사명을 가진 이들에게 "인간애를 한층 더 가지라"는 채찍을 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경북대 병원 환자로 임상실험'이라는 제목의 사회면 톱 기사가 보도된 6월 18일 오후 매일신문사 편집국에는 대구시내 대학병원에서의 도혈(盜血) 사례를 고발하는 전화가 잇따랐다.
또 경북대 병원은 이미 퇴원한 환자들의 항의를 비롯 응급실 및 중환자실 환자들에 대한 그 가족들의 검사용 혈액채취 거부로 의료진들이 곤혹스러워했다.
1보가 나간 뒤 검찰의 병원장과 관련자 소환 등 조사가 바로 시작된 가운데 대학병원 임상연구 실태를 속속들이 취재해 놓고도 입원중인 많은 중환자들이 치료를 거부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이 일까봐 속보를 내는데 시간이 지체된 면도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감사원이 조사에 나섰고 병원측은 뒤늦게나마 무단 임상실험은 물론 과잉진료까지도 막겠다는 의지로 '진료 표준화 시스템'을 도입키로 하는 등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
대학병원의 기능이 의료인 양성과 새 의술 개발이라고 보면 연구를 위한 임상실험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뤄지는 환자와 연관된 모든 행위는 환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 달 간의 취재 끝에 얻어낸 큰 결실이었다. 취재를 위해 병실을 배회하다 낯익은 의사를 만나 겸연쩍었던 때, 결정적인 제보를 해줄 것 같았던 교수와 간호사가 무려 5번이나 찾아갔는데도 노코멘트로 일관하던 모습이 새삼스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