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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노조 노숙투쟁 5개월

"찬바람보다 묵묵부답이 더 춥다"

김상철 기자  2002.10.23 11: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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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집에 내려가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온 지난 21일. 날씨가 부쩍 추워졌지만, 전국언론노조 조광출판인쇄 지부(위원장 정영환) 5명의 조합원들은 또다시 광화문 언저리에 자리를 잡았다. 회사의 위장폐업을 비판하는 판넬은 밤이 되면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

위장폐업 철회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시작한 상경투쟁이 8개월째, 노숙투쟁은 5개월을 넘어섰다. 실업급여도 이번 달로 끊기지만 조합원들은 회사의 ‘확답’이 있을 때까지 노숙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부터 언론노조 각 지부 위원장들도 노숙투쟁에 동참하고 나섰다.

조합원들은 △광주지역에 인쇄공장을 재가동할 경우 고용승계를 약속하거나 근무조건 변화 없이 자회사에 취업시켜 줄 것 △공장 가동 계획이 없다면 그같은 방침을 확실하게 밝혀줄 것을 조선일보측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아직도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10, 12일 언론노조 김용백 위원장과 김화헌 조광출판인쇄 사장이 만났으나 김 사장은 “조선일보에 공장 재가동 계획이 없다는 확인서를 받는다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언급했다. 또 “조광 차원에서는 당분간 공장 설립 계획이 없다”며 일부 조합원 취업 알선 등의 방침을 밝혔다. 언론노조는 지난 9월 방상훈 사장 면담을 신청했으나 조선일보측은 이를 거부했다. 언론노조와 조광 조합원들은 조선일보측이 명확한 입장 표명을 기피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영환 지부장은 “직장 알아봐 달라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광주공장 재가동 계획이 일체 없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투쟁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당분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면서 확답을 기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21일 밤 조합원들은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좀 두터운 침낭을 준비해야겠다”면서도 “사측이 ‘공장 재가동 계획이 있다, 없다’ 한마디를 하지 않아 여기까지 오게 됐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측 반응이 더 춥다”고 말했다.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