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와 관련 외신들은 이 문제가 불거진 초기부터 북측이 핵 개발 계획을 시인한 의도, 미국의 ‘평화적 해결’ 방침에 주목하는 등 정부비판과 강경대응 요구로 일관한 일부 국내언론 보다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월스트리트저널이 ‘북한의 핵 설계 및 개발 유입의혹’을 제기하거나 미 정부에 중유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등 매체별 성향에 따라 강경론을 제기해온 언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연합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대화를 통한 해법 모색, 미국의 이라크와 북한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 등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외신보도 역시 북핵 관련 보도기조의 주요한 한 축을 형성했다. 특히 외신 보도 가운데 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비난이나 폐기 언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BBC,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 등은 북한의 핵 개발 계획시인을 ‘협상용’으로 파악하는 한편 북한의 핵무기 생산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과 부시행정부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 등에 주목했다. 21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넷판과 22일자 USA투데이는 셀리그해리슨 국제정책센터 국가안보프로그램 소장의 발언을 인용하거나 기고문을 받아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시인한 것은 미국과 협상할 뜻이 있다는 것”이며 “부시행정부도 북한의 제의에 협상으로 적극 응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해석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인민일보 등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러시아 언론의 경우 미국의 북 핵개발 시인 발표에 시종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19일 유력지인 코메르산트 데일리는 발표시기, 북한의 군사부문 이외의 핵개발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타르타스통신은 26일 외무차관 말을 인용, “북한이나 미국으로부터 북한 핵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인하는 어떠한 문건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반해 비슷한 시기 국내언론의 태도는 ‘핵공조냐 햇볕이냐 선택해야’ ‘북핵에도 당근 주자는 정권’(조선) ‘분노도 표시 못하는 햇볕정부’ ‘핵문제 깔고 경협한다니’(동아) ‘뒤통수 맞은 햇볕정책’(중앙) ‘북핵 해결도 햇볕방식인가’(세계) 등 ‘믿지 못할 북한의 배신’에 대한비난과 햇볕정책 중단 혹은 폐기로 모아졌다. 한 신문사 국제부 기자는 “외신의 경우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부정이나 즉각적인 비판은 없었다”면서 “국내언론이 북핵 문제에 관해서도 대선을 앞둔 당파적 시각이 개입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1일자 사설은 “햇볕이 새로 일고 있는 어떤 불쾌한 구름에 위협받을지 몰라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화는 계속 돼야 하며 올바르게 다루면 위기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언론사 간부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중대한 위협이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국내언론은 해결책 제시에 미흡했고 외국언론이 오히려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