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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이사회 개표조작 기도

서면결의 부결되자 기권표 '찬성' 바꿔

서정은 기자  2002.10.30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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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부결된 CBS 사장 선임을 위한 서면투표 개표 과정에서 표용은 전 이사장과 최병곤 전 기록이사가 개표 조작을 시도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CBS 재단이사회의 당시 서면투표는 18명 이사 중 찬성 12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찬성이 4분의 3(14표)을 넘지 못해 최종 부결 처리됐다. 그러나 개표 과정에서 표 전 이사장과 최 전 기록이사가 김상근 이사에게 전달하지 않은 백지 투표용지 한 장을 ‘찬성’으로 기입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없던 일로 덮어버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CBS 재단이사회 한 이사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서면투표 전에 예장통합측이 이사장을 맡고 권호경 전 사장을 사장으로 뽑기로 이사들간 물밑 접촉이 끝나 있었다. 그런데 노조의 반발로 최병곤 이사가 예장통합 파송 이사 4명의 반대표를 약속했고 다른 이사 한명도 반대표를 던져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또 “개표 과정에서 표 이사는 ‘왜 약속을 어겼냐, 어떻게 믿고 일하냐’며 최 이사에게 역정을 냈고 홧김에 사표를 쓰라고 다그쳤다. 최 이사가 사표를 쓰자 표 이사는 (당시 사표를 낸) 김상근 이사의 투표 용지를 내밀었고 최 이사는 마음이 흔들려 투표 용지에 찬성표를 기입한 뒤 자신의 사표를 찢어버렸다”고 전했다. 표 전 이사장과 최 전 기록이사가 백지투표 용지를 이용해 부결을 가결로 바꾸려고 했으나 찬성을 1표 더 늘려 13표를 만들어도 4분이 3인 14표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원래대로 부결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21일 이사회 임원 선임을 위해 열렸던 CBS 재단이사회에서 표 전 이사장과 최 전 기록이사가 서면투표 부결 책임을 놓고 서로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다른 이사들에게까지 알려졌다.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CBS 재단이사회의 개표 조작 시도가 끝내 사실로 드러나자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저버렸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CBS 구성원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며 표 전 이사장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CBS 노조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표 전 이사장은 서면투표 강행도 모자라 결과마저 조작하려 했고 이는 불법 행위이자 사회적 상식으로도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며 “표 전 이사장은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CBS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CBS 노조는 표 전 이사장에게 △11월 1일까지 개표조작 사건의 전모를 밝힐 것 △CBS 이사직을 사퇴할 것 등을 요구했다. 황명문 노조위원장은 “표 이사장이 이같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법적 조치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CBS 재단이사회는 11월 2일 이사회를 열고 공석인 이사장, 부이사장, 기록이사 등 3명의 임원을 선임할 계획이나 노조가 표 이사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