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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회 이달의 기자상 / 수상소감 [사진보도]

한국일보/ YS 페인트 달걀세례, '눈으로 보면 찍을 수가 없다'

고영권  2000.11.07 10: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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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권(사진부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 문민정부로 시작하여 환란으로 국치를 부르며 퇴임한 그가 일본을 방문하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을 때,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나(비디오증언도 거부했다) 측근들을 통해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이나,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한 일 모두가 잊혀질 즈음이었다.



그런 김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악수하던 도중-정치 10단으로 불리는 그는 늘 악수하며 웃는 모습이다-얼굴에 붉은 페인트로 가득 채워진 달걀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는다. 경호원들이 순식간에 얼굴을 감싸고 양복으로 상체를 뒤집어씌운 채 황급히 차에 오른다.



곧이어 페인트 달걀 세례의 범인 연행, 마치 액션 영화처럼 한 프레임마다 숨가빴던 수 분을 떠올리며 귀사 하는 차에 몸을 싣고 갈 때에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기억나는데 눈으로 보지 못한듯 했다. 아니 렌즈를 통해 못 본 것 같았다.



'아주 순간적인 건 눈으로 보면 못 찍는다'는 특종사진에 관한 선배들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되뇌며 불안한 마음으로 현상했을 때 마침내 그 장면이 걸려 있었다.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는데 슬리퍼 바람으로 달려온 데스크를 비롯한 선후배들은 무척 기뻐했다.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부터 '범인과 짜고(하나, 둘, 셋하면 던져 난 찍을게) 찍은 거지'라는 농담조의 부러움 섞인 칭찬을 비롯해 수십 통의 격려전화와 전자우편들 그리고 활기에 차 있는 부서와 편집국 분위기를 보면서 사진 한 장의 큰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활동을 재개하겠다고 공식발표를 했고, 여전히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해 보인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상작으로 선정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기자생활 8년만에 처음 받는 상이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분발하라는 뜻으로 알고 함께 생활하며 서로 돕고 아끼는 가족, 선후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