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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합동토론을 보고 싶다

우리의주장  2002.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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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신문사의 편집국장을 새로 뽑기 위한 합동토론회 기사가 본지에 실렸다. 200∼300명 기자들을 관장할 편집국 수장을 뽑는 과정에서도 후보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평소 유세장이라면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을 ‘기자 유권자’들은 국장 후보들의 정견 발표와 상호 공방을 지켜보며 스스로들 대견해했다고 한다.“이젠 기자 경력에 웬만한 자신감이 붙지 않으면 감히 출마를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이만한 검증을 거친 후보라면 어떤 위기도 돌파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선거의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견줘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일부 후보들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오는 31일 MBC가 한국언론학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공동개최하기로 한 합동토론회에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 21’ 의원이 불참 의사를 밝혀 아예 무산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후보 진영은 다음달 2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는 일절 합동토론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거법에 규정된 세차례 합동토론만으로도 충분히 검증 가능하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여기에 반창(反昌) 후보단일화 등 후보구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낙마할 사람들과 토론할 이유가 없다는 이 후보 진영의 설명에는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꼽히는 이 후보가 낙마할 사람을 가려내는 작업에 앞장설 수 없는 이유가 우리는 궁금하다. 이 후보가 그동안 역설해온 미디어 선거와 돈 안드는 선거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계속 합동토론에 대해 껄끄럽게 여긴다면 1:4의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라는 반창 세력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게 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정 의원 진영이 “유력후보가 빠져 토론의 의미가 절하됐다”는 이유를 드는 것도 마땅찮다. 정 의원마저 합동토론을 거부하면 다음달 7일로 예정된 기자협회 토론도 내실을 갖추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후보들은 입만 열면 돈안드는 선거를 위해 미디어 선거에 애정을 피력해왔다. 언론사 주최의 개별토론회에는 쉴새없이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합동토론을 기피하는 데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기자협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응답자의 65.5%가 후보 선택에 도움이 된다며 개별토론보다는 합동토론을 선호한 데서 볼 수 있듯이 합동토론은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시대적 대세에도 부합한다. 이제라도 후보들의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