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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권노갑…' 소문으로 떠돌던 권력행태 확인 '호평'

이규진 심사위원  2002.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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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작 28편 내용도 충실…경쟁 치열



이규진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뉴스위크 한국판 편집인





이번 기자상 응모작품은 특히 기획부문에서 양적으로 풍부한 가운데 한 작품을 제외하고 모두 예심을 통과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내용이 충실해 경쟁이 치열했다. 기획보도부문의 경우 일곱 작품이 응모했는데 최고 예심점수와 최저 점수 차이가 0.42점에 불과했고, 아홉 작품이 응모한 지역기획보도부문은 더욱 치열해 그 점수 차이가 0.38점에 불과할 정도로 고른 점수를 획득했다. 이는 일선에서 뛰는 기자들이 단거리보다도 숨이 긴 장거리 기획보도에 관심과 노력을 더 배려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보도의 내용과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있었다.

심사결과는 전체 응모작 28편 가운데 취재보도부문 2편, 기획보도부문 3편, 지역취재보도부문 1편, 지역기획보도부문 2편, 전문보도부문 2편 등 10편만이 수상작으로 결정됐으나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애석하게 수상작에 이르지 못한 작품이 많았음을 기록에 남긴다. 특히 경쟁이 치열했던 기획부문 쪽이 더욱 그랬다.

6편의 응모작 중 2편의 수상작을 낸 취재보도부문은 공교롭게도 모두 주간지가 차지했는데, 뉴스위크 한국판의 ‘권노갑, 국정 이렇게 주물렀다’와 일요신문의 ‘김대업 테이프 손댄 흔적 많다’ 모두 주간지의 특징을 잘 발휘한 작품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권노갑 …’은 현 정권 실세중 한 사람이었던 권노갑씨의 소문으로만 들리던 인사청탁 등 권력의 행태를 확실한 증거로 확인시켜준 우수작이었고, ‘김대업 …’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이른바 ‘병풍’사건의 논란을 빚었던 증거 테이프의 문제점을 전문가를 동원해 미리 지적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머니투데이의 ‘주거용 오피스텔 주택 간주’는 부동산 업계에 영향을 준 기사였다는 일부 심사위원의 평가가 있었으나 아직 정착되지 않은 정책 내용이라는 지적이 있어 아쉽게 수상작에 이르지 못했고, 경향신문의 ‘신의주 특구 초대장관 양빈’은 이른바 10판 특종으로 그 의미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획취재보도부문에선 SBS의 ‘팔려오는 여성들, 국제인신매매 그 검은 커넥션’, 한국경제의 ‘이공계를 살리자’, CBS의 ‘미군과 결혼한 20만 한국 여성들의 미국 이민기’ 등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팔려오는 여성들 …’은러시아의 인터걸 문제 등 그동안 언론에서 꾸준히 다뤄졌던 주제라는 지적이 있긴 했지만 팔려온 필리핀 여성들을 초점에 맞춰 특집화 해 인권문제를 심도있게 파헤쳤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공계 …’는 접근방식이 너무 고식적이고 캠페인성 보도가 아니냐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부각시켰고 범사적으로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미군과 결혼한 …’은 결론이 뻔한 주제이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지 않았느냐는 일부의 지적이 있었지만 그동안 소외됐던 소재를 끄집어 내 여성 인권문제 뿐만 아니라 정부의 해외동포 관리문제까지 진단했다는 점이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중앙일보의 ‘또 한번의 개국-뉴라운드 위기와 기회’는 뉴라운드 협상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대책을 제시한 수작이었으나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고, KBS의 ‘신음하는 백두대간’은 영상화면이 실감나게 처리됐으나 주제가 언론에서 여러 차례 다뤘던 것이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선 KBS대전의 ‘골재 채취사업 불법 비리’ 한 작품만이 수상했는데 환경문제, 수해대책문제 등까지 종합적으로 다룬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부문에선 경쟁은 치열했지만 두 작품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데 무등일보의 ‘환경 리포트 영산강’은 전문가의 진단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긴 했지만 열악한 지방언론의 취재환경에서 많은 노력과 공을 들여 지역문제를 효과적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KBS창원의 ‘바다의 경고, 적조 연속 기획보도’는 주제의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적조의 유래, 주변환경과의 연계문제 등 적조에 관해 종합적으로 다뤄 내용이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부산일보의 ‘불붙은 종자전쟁 시리즈’, 부산MBC의 ‘엉터리 금’, 매일신문의 ‘벼랑끝 한우산업’ 등 좋은 작품이 많았으나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전문보도부문에선 강원일보의 ‘강원도 수해현장’(사진보도)이 수상했다. 위험을 무릅쓰며 현장을 끝까지 지킨 치열한 기자정신이 배어있는 우수한 사진작품을 생산했다는 평가가 있었다는 점을 밝혀 둔다.

공로상 부문에서는 어문교열기자협회의 ‘국정교과서 오류 투성이’(공로부문)가 수상했는데 이 작품은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