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는 지난 28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시작으로 30일 권영길, 31일 정몽준 후보 순으로 제16대 대통령 후보를 초청, 개별 토론회를 실시하고 오는 7일 합동토론회를 개최한다. 먼저 지난 28일 실시한 민주당 노무현 후보 초청 토론회 내용을 사회, 정치, 경제, 여성·기타 분야별로 정리했다. 이번 토론에서 4명의 패널은 분야별로 노 후보의 정책과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노 후보의 답변이 2시간 여 동안 이어졌다.
정치분야(양승현 위원)
-오늘자 중앙일보를 보면 노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18%대에 머물고 있다. 지지율을 상승시킬 비책이 있나.
=나는 경선에서 예측 밖의 성과를 냈다. 지나고 나서 평가해보면 결국 원칙과 정도로 간 정치가 그런 이변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은 원칙과 정도로 간 후보를 갈망하고 있다. 그때그때 사용하는 비책보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하겠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정몽준 후보 쪽으로 쏠리자 ‘과거 대통령을 가깝게 모신 사람들이 나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한나라당에서 정몽준 후보를 바라보는 즉, ‘DJ양자론’과 맥이 통하는 것 아닌가. 정몽준 후보를 DJ의 양자라고 생각하나.
=그런 생각해본 적 없다. ‘DJ를 모신 사람들이 나를 흔들고 있다’고 말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말한 것이다. 권력 가까이에서 정치를 한 사람들은 그 권력이 끝나도 자기들이 주도해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지적한 것이다.
-병풍 수사에 만족하나.
=많은 의혹이 있는데 적당히 덮어버린 것 아닌가.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당 사무총장이 당 대선후보와 재정권을 둘러싸고 ‘준다 안준다’ 갈등이 있다. 국민경선이 결국 실패한 것 아닌가.
=실패가 아니고 과도기의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신구의 정치 질서가 충돌하고 있는 당이 지금의 민주당이다. 위에서 명령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과거의 정치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개발과 관련 ‘선 포기’를 요구했는데, 이는 노 후보가 얘기한 ‘북한의 핵개발중지와 미국의 적대관계 동시타결’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북한 문제는 한·미·일 3국의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 한국은 일괄타결이 좋지만 미국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합의된 것은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정치개혁특위에서 이원집정부제를 건의했었는데.
=당시 이원집정부제를 건의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당론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원집정부제가 그렇게 효율적인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정몽준 후보와의 협상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나.
=정치는 원칙적으로 정책이 같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검증 받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같이 할 수 있나. ‘주가조작’ 얘기가 나오는데, 분명히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것 외에도 검증 받을 것이 많다. 검증을 다 거쳐보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우리 당에서 너무 빨리 ‘단일화’ 얘기를 꺼냈다.
-한나라당이 합동토론을 계속 거부하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요구하고 언론이 이를 전달해서 나오도록 해야 한다.
경제분야(정규재 위원)
-소규모 자영업자의 최저소득세 과표를 조정해 연간 1조5000억원을 감면하겠다고 밝혔는데, 자영업자들이 내는 세금의 총액이 얼마고, 자영업자의 전체 숫자가 얼마이며, 그중 어느 정도의 자영업자가 세금을 내고 있는지 알고 있나.
=숫자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은 잘 알고 있다.
-빈부차가 커진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는가.
=지난 4년동안 상위 20%와 하위 20% 소득배수가 4.7%에서 6.7%로 확대된 것으로 알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과거에는 부동산가격 폭등, 물가의 급격한 인상, 분배구조의 문제 등이었는데 IMF 이후에는 노동의 유연화로 연봉제, 스톡옵션이 생기면서 능력에 따른 격차를 너무 많이 허용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사회적 효율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비정규직의 숫자가 너무 많이 늘어난 것이 문제다. 이들은 정규직에 비해 열악한 소득을 가지고 있다.
-보육예산, 자영업자 세금 감면 등을 감안하면 어디선가 2조8000억원 이상을 메꿔야 할텐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합리적인 보육정책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높임으로써 50만개의 여성 일자리가 나온다고 보면 부가가치가 10조 이상으로 예상된다. 20%의 담세율을 계산하면 2조 이상의 세수가 징수될 수 있다. 또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높아짐으로써 세수 징수율이 높아지고 있다. 투명한 세원, 낮은 세율 개념으로 생각한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7%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려면 인플레나 거품이 올 것이고 그러면 중산층이 더 어려운 상황이 될 텐데 모순된다는 생각은 안 하나.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경제성장률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잠재성장률을 그렇게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여성의 취업과 북방 경제효과, 노사분규 등 갈등의 소지를 줄이는 것을 모두 합쳐 1.9% 정도로 계산했다. 이것은 잠재성장률 자체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물가에 영향을 줄 때는 물가를 우선으로 하겠다.
-부동산과 관련 ‘전월세 가격을 통제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시장경제 논리에 맞나. 또 장기적으로 전월세의 공급을 줄임으로써 부동산 문제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닌가.
=2년이 지나면 전월세 가격은 일반 물가와 관계없이 치솟는데 오히려 시장원리와 맞지 않는다. 일반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고려해서 시장 수요 공급에 맞는 가격을 설정해야 한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15만 호의 공공 임대주택을 보급함으로써 가격 규제에 따른 공급제어 현상을 조절할 생각이다.
-한국 칠레간 FTA협정에 대해 연기론 또는 반대론을 폈는데.
=수출증대나, 한국의 개방적 의지에 필요하기 때문에 체결한 것이겠지만 그로 인해 ‘죽느냐 사느냐’ 할만큼 피해 입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협약을 맺기 전에 그로 인한 피해를 조사하고 당사자들이 납득할 만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부결시킬 생각인가.
=국제적 문제이기 때문에 비준을 부결시킬 것인가 여부는 전문가들과 더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다.
-북방효과를 0.5%로 예상했는데, 독일의 예를 들면 오히려 굉장한 부담을 졌다. 북방효과는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많은데.
=북방효과는 북한 개방효과, 시베리아 연해주 개발, 철로 개발로 인한 물류 효과 등을 말한 것이고 여기에 북한에 대한 효과는 잡지 않았다. 독일과 달리 우리는 완전한 통합이 아닌 제한된 교류이기 때문에 독일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대기업 정책과 관련해서 출자총액제한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대기업은 육성해야 하지만 출자총액제도는 재벌들의 상호출자를 통한 불합리한 지배구조 때문에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시장질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때까지 출자총액제도는유지해야 한다.
여성·기타 분야(류숙렬 위원)
-여성부의 예산을 알고 있나.
=금년은 모르겠고, 내년도 예산은 1300억원으로 신청했다가 500억원 수준으로 조정돼서 불만이 많다고 알고 있다.
-금년은 427억, 2003년은 435억원이다. 이는 정부 예산의 0.039%다. 총 예산 중 여성 예산으로 지출할 수 있는 예산은 몇 %인가.
=어려운 문제다. 그 사회가 추진하는 목표가 있는데, 먼저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예산을 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나.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보육예산을 1조3000억원 증액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꼭 여성부 예산이 아니더라도 여성을 위한 예산이다.
-고위 공직자, 여성 각료의 숫자를 약속할 수 있나.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 30%정도인 것 같다. 목표를 올리는 것보다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겠다. 그리고 중위직 여성이 적어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저변이 부족한데, 중하위직의 의무채용 비율을 높여서 이들이 행정조직의 상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허리를 튼튼히 하겠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성범죄자 신상 공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해서라도 응징하고 예방하자는 것인데 아직 예방의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공개의 방법이 일반적인 처벌의 방식은 아니다. 아직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한국의 접대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노 후보 자신의 경우는.
=변호사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에는 접대여성이 있는 자리에 간 적이 있지만 정치인이 된 이후에는 기억에 없다. 특히 후보가 된 이후에는 전혀 없다.
-호주제와 친양자제도에 대해서는.
=호주제는 폐지입장이고 친양자제도는 수용하자는 입장이다.
-재산상속, 화장, 장기기증에 대해.
=상속제도는 생산의 동기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인정해야 한다. 다만 상속세 포탈, 편법상속은 막아야 한다. 화장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이고, 장기기증은 이미 국립의료원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사회분야(성기홍 기자)
-선거가 치열해지면서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 후보 자신이 사회통합의 적임자라고 생각하나.
=우리 사회에는 이념이 다른 집단이 존재한다. 편을 가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편을 가르는 것이 합리적 조정 가능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이유가 있는 것이어도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측면에서 나는 불합리한 것에 가담한 적이 없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노사간 분쟁은 내가 많이 해결하지 않았나. 지역간 갈등문제에 있어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국민들이 인정해줄 것이다.
-노후보가 당선될 경우 소수파 대통령이 되는 것인데 원내 다수당을 상대로 어떻게 의회를 이끌어갈 것인가.
=국민들의 여론을 살피고 야당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2003년에는 정치구도가 지역의 구도에서 정책의 구도로 재편돼야 하는 시기다. 과도기를 거쳐 2004년에는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고 지역감정 없이 선거를 치른 후 과반수 이상 정당에 국무총리를 줘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다수당에 국무총리를 줄 생각은 없나.
=지금의 원내다수당이 그런 토대 위에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004년에 명시적으로 ‘이번에 과반수 이루는 정파가 총리를 한다’는 공약을 세우고 그렇게 가야 한다.
-역대 대통령의 경우 사면권 행사로 권한남용, 사법권 침해 논란이 많았다. 대통령이 되면 사면권을 행사할 것인가.
=전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정권 잡고 난 이후에는 국민과 언론에서 대화합하라고 한다. 감옥 보내놓고 그 정부가 버텨내지 못한다. 범법행위를 수사하는 데 ‘방탄국회’를 열어 누가 봐도 구속될 사람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것을 국민이 허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면권이 발효되는 것이다.
-차제에 사면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면법을 개정할 생각은 없나.
=생각해 보겠다.
-월드컵 때 16강에 진출한 선수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줬는데, 당시 정부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열기가 가라앉고 보니 법의 형평성과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차분함이 필요하다.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고 했는데 표를 의식한 것은 아닌가.
=한국은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신념이다. 분권을 위해서 권한의 분권, 지방대학 육성, 그리고 세번째가 행정수도 건설이다.
-박정희 대통령 때 행정수도 이전으로 예상한 비용이 5조6000억원이었다. 그런데 4조3000억으로 가능하겠는가.
=충청권은 행정수도로 모든 여건이 갖춰져 있다. 기반 시설만 조성하면 된다. 분당 등을 보면 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오히려 돈을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가인상분30%까지 감안한 것이 4조3000억원이다.
-행정수도를 옮겨도 지방분산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대전청사의 경우 공무원 가족까지 옮겨간 경우는 30%에 불과한데.
=중앙부처 청사를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의견에는 반대한다. 중앙부처는 서로 협의하는 일이 많다. 청사가 지방에 있으면 장관은 서울에 있고, 공무원은 서울로 출장 오다 볼일 다 보게 된다.
-기부금 입학제와 관련 관훈토론에서 ‘재능을 물려받은 것은 공평하고 돈을 물려받은 것은 불공평하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기부금 입학제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었는데.
=그후 많은 반론이 있었다. 일리는 있으나 보편적으로 통용되기는 어렵다고 해서 그 결론을 채용하고 있지는 않다. 지금은 기부금 입학제가 우리 사회에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