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재벌편향"에 "불쾌하다"

이회창·정몽준- 장하성교수 지상논쟁

박주선 기자  2002.10.30 13:20:00

기사프린트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대선 후보간 지상 논쟁이 벌어졌다.

장 교수가 먼저 지난 24일자 한국일보 ‘한국시론’에 ‘정후보가 밝혀야 할 것들’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정몽준 후보는 재벌기업의 총수라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과는 다르게 검증 받아야 할 사안이 있다는 것. △정치자금의 실체와 자신이 총수로 있는 회사들의 선거동원 △재산축적과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가 대통령으로서 적합한가 △재벌정책 등에 대한 검증이 그것이다. 장 교수는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정 후보의 책임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측은 다음날 한국일보에 반박문을 싣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박진원 국민통합21 대선기획단장은 반박문에서 △현대중공업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소액주주를 갖고 있는 등 어느 기업보다도 투명하고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밝혀졌고 △집단소송제도 도입, 출자총액제한제도, 대기업집단지정제도 유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칼럼 내용이)질시와 시기다. 장 교수는 글을 쓸 때 좀 절제하는 게 좋겠다”면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장 교수는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경제초점’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재벌 편향적 경제정책을 문제 삼았다. 장 교수는 ‘이후보의 재벌 편향’이라는 글을 통해 “이 후보가 제시한 경제정책을 보면 재벌당이 아니라 오히려 재벌대통령의 출현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재벌정책의 핵심인 대기업집단지정제도, 출자총액제한의 단계적 폐지와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등이 그 근거다.

이에 대해 이 후보측 유승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은 “김대중 정권의 재벌정책에 큰 기여를 했던 장 교수”라고 언급하면서 현 정권과의 관계를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유 소장은 ‘누가 정말 ‘재벌대통령’인가?(조선 23일자)’에서 “DJ 정권만큼 재벌정책이 겉 다르고 속 다른 경우도 없었다”며 “지난 5년간 본 것은 현대 대우 같은 부실재벌과의 끈끈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빅딜과 같은 엉터리 정책 두 가지뿐”이라고 공격했다. 또 “누구의 원칙이 더 멋지게 보이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느 후보가 과연 재벌정책의 정도를 실천할 후보냐는 문제”라며 “장 교수의 글은 매우 정치적”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선거가다가오는데 경제정책에서 중요한 재벌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제기가 없어 반론을 기대하고 글을 썼다”며 “다만 이 후보측 반론에 인신공격성 내용이 있어 아쉬웠고, 정 후보의 행동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또 “앞으로 정책에 관한 반론은 다시 쓰겠지만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반론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글 쓴 본래 의도가 후보들의 정책 검증이므로 내가 이슈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