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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정보도위원회 보고서]

선거법 개정 흐지부지…언론도 '미적미적'

취재팀  2002.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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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검증 진일보, 선거쟁점 부각엔 미흡







선거법 쟁점화 소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9월 8일 미디어 중심의 선거풍토 정착을 위해 △국가 부담으로 합동신문광고 및 후보자 방송연설 실시 △TV합동연설회 의무화 △선거 6개월 전부터 매달 TV정책토론회 개최 △후보자 거리연설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 의견을 내놓은 지 두 달이 넘었다.

여야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 아래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핵심조항에 대해 반대하거나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의중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가 확인되고 있는 마당에 자칫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를 입법에 앞장설 까닭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평소 미디어 정치와 돈 안드는 선거의 필요성을 역설해오던 언론의 태도이다. 선관위의 발표 직후 한두 차례씩 배경과 반응 등을 소개한 것을 끝으로 대부분 이에 대한 보도를 외면하고 있다.

10월 5일 국회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중앙 일간지와 방송사를 통틀어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제기한 기사는 동아일보의 `표류하는 국정현안-선거개혁 물건너가나’(10월 15일), 한겨레 `선거법 개정 화두로 등장하지만…’(10월 24일), 경향 `선거법 개정 물건너가나-정치권 겉으로 조속입법 다짐’(10월 29일), 국민 `완전공영제 물건너가나’(10월 30일) 등에 불과했다.

11월 들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일부 정치개혁입법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이후 간간이 선거법 개정 문제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여야의 입장을 소개하는 기사에 그치고 있을 뿐 정치권을 겨냥한 비판이나 국민을 향한 여론 조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TV 합동토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경향·대한매일·조선·중앙·한겨레·KBS 등에서 한두 차례 보도가 나왔을 뿐이다. 그나마 대부분 합동토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고 합동토론회 참가 자격 논란이나 특정 후보의 거부 등의 쟁점은 비켜가고 있다.

이는 미디어 선거나 TV 합동토론이라는 중요한 의제를 유권자의 권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풍향에만 초점을 맞추는 보도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더 나아가 일부 언론의 경우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따져 현안을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와 함께 TV토론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유권자에게 충실한 정보를 제공해주려면 토론의 형식과 내용을 다양화하고 토론 직후 전문가들의 평가를 곁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KBS가 7일 첫선을 보인 시민 패널 방식의 대선후보 초청 국민포럼은 신선한 시도로 평가됐다.



선거보도 시스템 개선 필요



언론사들은 정책대결을 유도하자는 목표 아래 시민단체나 관련학회 등과 함께 활발한 공약 검증에 나서고 있다. 문화는 경실련, 한겨레는 YMCA, 경향은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후보별 정책을 비교하고 있고 동아일보와 KBS는 한국정책학회와 함께 주요 당직자를 불러 정책토론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한국일보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가 공동 정책진단에 나선 것을 비롯해 국민, 대한매일, 중앙 등도 관련학회나 자문위원 등과 함께 공약 검증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예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진 모습으로 평가할 만하다. 우선 공약 관련 기사의 양이 과거 선거에 비해 늘어났고, 전문가나 시민단체를 참여시키는 등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경향, 문화, 한겨레의 공약 점검 시리즈가 돋보였고, 중앙일보가 10일 ‘유권자 10대 관심정책’ 설문조사를 통해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과 유권자들이 생각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고 제기한 것도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했다.

그러나 정책 비교나 공약 점검을 뛰어넘어 주요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선거 전략 차원에서 제기하는 공약이나 북핵 등 현안 발생시 나오는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독자나 시청자들이 알기 쉽고 피부에 와 닿게 전달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정책진단 형식의 기사가 각종 선거관련 보도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채 단발성, 전시성 기획으로 끝나는 현실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스트레이트 기사나 해설 기사 등은 여전히 후보 동정이나 정치권 동향, 선거판세 분석 등으로만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부 정당 출입기자 위주의 선거보도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통일·노동·교육·복지·문화·환경 등 주요 쟁점에 대해 기초지식을 갖추고 있는 기자들을선거취재팀에 참여시켜야만 대선 후보의 발언만 중계하거나 기획기사와 일반기사가 따로 노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협회 대통령선거공정보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