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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지방자치 단상

정흥모 기자  2002.11.13 11: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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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모 인천일보 정치부 기자





몇몇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비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마치 연례행사처럼 전직 단체장들의 갖가지 혐의가 수사대상에 오르고 또 그 중의 얼마는 사법처리 된다. 어느 부류에게는 호기가 된다. 이것을 잣대로 삼아 지방자치제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몇몇 지방의원들의 비리행태를 빌미삼아 이것이 마치 지방자치제의 절대적인 준거라도 되는 양 시비한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후원회를 둘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정치자금법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정치현실 등 제도적인 문제가 수반되고 있지만 유독 도덕적인 기준에만 초점을 맞춰 비난한다.

10년을 넘게 우리는 지방자치에 대해 이런 평가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들어 지방행정을 연구하는 학자나 학회들을 중심으로 하는 학술회의를 통해 지방자치 10년에 대한 학술적 평가가 시작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같은 주제와 기준을 갖고 시도하는 학자들간의 평가 결과도 매우 상반되게 나온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수준은 된다는 관대한 평가가 있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전혀 발전 없이 답보상태에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권한위임 약속이나 지방분권에 대한 선거공약들은 한번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지방은 여전히 차별과 편견 속에 소외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거대한 이권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시름겨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한 출판사에서 지방자치지도자들을 묶어 몇 권의 단행본으로 펴냈다. 장삿속이 아니라면 쉽게 관심 갖지 않는 분야에 이처럼 저명한 출판사에서 관심을 갖고 책을 냈다는 건 상당히 고맙고 또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책을 펴고 내용을 들여다보고 나면 다소 실망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평소 특정 단체장과 안면 있는 교수들을 동원(?)해 인터뷰하고 평가를 시도한 글이다. 당연히 대상자들에 대한 찬양일색이다. 광고 하나라도 받기 위해 지방언론이 늘상 동원했던 진부한 인터뷰 방식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일방적인 비난과 일방적인 찬사, 이런 식의 접근과 평가는 더 이상 아무에게도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책이든 단체장이든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과 평가는 우선 다양해져야 하지만 세심한 배려 속에서도 냉정하고 치열한 탐색적 자세가 먼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