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 12일 정당 가운데 처음으로 대선공약을 공식 발표했다. 두루뭉실한 언론공약 문구 속에서 확실하게 공언한 것은 신문고시 폐지와 국정홍보처 폐지였다. 신문고시 폐지의 경우 한나라당은 이전부터 이같은 방침을 언급해왔고 약속대로 이를 명시했다.
지금 이런 식의 신문고시라면 폐지도 별 의미 없어 보인다. 신문고시는 지난해 7월 부활한 이래 사실상 사문화 됐다. 적용해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한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협회 합의 없이 직접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었으나 별다른 소식 없이 사그라져 버렸다. 그러는 동안 판매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지금도 계속되는 ‘자전거 바람’ 속에 한 신문사 판매 관계자는 사석에서 “이젠 ○○○라고 부르는 순서를 바꿔달라”고 주문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다른 신문사에서는 경품을 내세운 경쟁사의 부수 증가에 자극 받아 10만부 확장 방침을 ‘하달’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적어도 지금 이대로라면, 혼탁상은 끝이 없으리라는 암울한 전망을 웅변하는 것 같다.
‘경품 없애라’는 비난의 다른 한 면은 ‘떳떳하게 제값 받고 신문 팔라’는 당연한 주문에 다름 아니다. 지난 7월 “신문업의 과당경쟁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과 건전한 경쟁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무가지 살포와 경품류 제공에 대한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헌법재판소의 신문고시 합헌 판결도 그래서 나왔다고 이해한다.
자율의 원칙은 물론 소중하지만, 그 자율은 옥장판 자전거 비데 정수기 앞에서 항상 초라했다.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신문고시 폐지 공약이 판매시장의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