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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경품'판촉 판친다

비데·정수기 등 알고보면 일반구매와 동일

서정은 박주선  2002.11.20 1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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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하고 정수기를 사은품으로 받았는데 정수기 업체에서 1년치 필터값 20만원을 요구했어요. 사은품을 과장한 필터판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항의를 했더니 과다홍보를 인정했고 본사와 제가 위약금을 반반 부담하는 걸로 가입을 해지했습니다.”

언론사에도 과다 경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신문 구독과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가입시 정수기 비데 자전거 무료여행권 등 고가 경품이 등장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위의 피해 사례에서 보듯 애초 홍보와 달리 정수기 필터를 강매하거나 3만9000원이라던 설치비가 6만9000원으로 둔갑하는 등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또 유명 정수기 회사 이름과 비슷한 ‘000정수기’를 사은품으로 내걸고 있으나 본지 확인 결과 해당 정수기 업체에서는 경품 행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공인되지 않은 덤핑 정수기가 유명 정수기로 둔갑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셈이다. 과다 경품, 사기 경품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는 언론이 스스로 검증되지 않은 경품을 내세운 사기성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신문사 일부 지국과 스카이라이프의 일부 유치점들은 정수기 비데 자전거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판촉 행사를 벌이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경우 화상카메라, 전기스탠드, 디지털카메라, 전기난로, 진공청소기, 무료여행권 가운데 몇 가지를 골라 세트로 제공하는 물량공세도 펴고 있다. 정수기의 경우 3만9000원, 비데의 경우 4만9000원의 설치비를 내면 된다.

그러나 정수기 업체에 문의한 결과 설치비 3만9000원이라는 광고 내용과 달리 본인 부담금은 6만9000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신문을 구독하지 않고,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하지 않아도 설치비만 내면 정수기와 비데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누구나 할인가로 받을 수 있는 정수기와 비데가 사은품으로 계속 둔갑하고 있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의 사기나 다름없다. 게다가 신문의 경우 이같은 ‘사기성’ 경품을 제공하면서 1년 이상, 18개월 등의 의무구독 조건까지 강제하고 있다.

신문 지국에 정수기를 납품하고 있는 한 업체는 “요즘은 경품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아 신문사가 직접 나서지 않고 정수기 판매회사 이름으로 증정권을 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며 “신규 독자는 1년 이상구독하거나 기존 독자는 6개월 연장을 조건으로 한다. 요즘은 경기도 지국에서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사기 경품’이 이처럼 활개를 치고 있지만 정작 본사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스카이라이프 마케팅본부 한 관계자는 “본사가 직할하는 영업점 300개 외에도 속칭 재하청으로 판촉을 하는 개별 유치점들이 있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경품 문제와 관련 소비자 피해를 막고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도록 영업망에 주의를 주겠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