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도 자전거 깔아놓고 판촉을 하던 인근 지국장과 몸싸움을 했다. 못해도 대선까지는 끄떡 없다는 태세다.”
수도권의 한 신문사 지국장은 지난 18일 한나라당의 신문고시 폐지 공약에 대해 “제대로 고쳐진 게 없다면 더 강화해야지 무슨 폐지냐”고 반문했다. “그나마 고시라도 있어야지, 판매일선에서 믿을 게 무엇이 있겠는가”라는 하소연이다. 한 신문사 판매국장도 반응은 비슷했다. “제대로 적용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있는 것을 없애려고 하나…”. 이 국장은 신문고시 폐지와 관련 “공개경고, 공개사과 조치를 내리고 위약금을 부과해도 버티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발행인들 차원에서 논의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어디서부터 풀어가란 말인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했다.
한나라당이 신문고시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발표하자 판매시장의 과열양상을 더 부채질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거론하는 신문고시 폐지 이유는 “신문업종에 고시를 만들어 이중규제를 두는 것은 타 업종과 형평성 문제가 있으며 언론탄압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로 규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로 규정한 공정거래법 23조에 따라 신문 판매시장에 대한 경품제공, 지국에 대한 본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 등의 규제가 가능하다. 경품의 경우 별도로 ‘경품고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적용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 95년 10개 일간지 일제조사를 통해 과다 판촉물 제공, 무가지 배포 등으로 1000만~3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여성지들의 경품 제공에 대해 몇차례 시정조치를 내린 정도다. 경품고시는 △사업자가 구매고객 모두에게 경품을 제공할 경우 거래금액의 10%까지 허용 △고객 중 추첨 등의 형태로 일부에게 제공할 경우 1인당 제공한도는 100만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대상이 ‘연 매출액 100억원 이상 제조업자 및 10억원 이상의 기타 사업자’로 되어 있어 신문지국 차원의 경품을 통한 판촉활동은 규제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헌법재판소도 “신문업계의 과당경쟁을 완화시키고 신문판매 구독시장의 경쟁질서를 정상화해 신속 정확한 정보제공과 올바른 여론형성을 주도해야 하는 신문의 공적 기능을 유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며신문고시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주동황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신문고시를 폐지하려 한다면 고시 제정 이전보다 시장질서가 개선됐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고시 적용을 미루는 근거로 내세웠던 자율규제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누구를 위한 신문고시 폐지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