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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파괴인가 감정대립인가

MBC-SBS 오피스텔·세습경영 '직격탄'

서정은 기자  2002.11.20 11: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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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와 MBC가 상대사의 ‘민감한 부분’을 이례적으로 비중있게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SBS가 MBC 일산제작센터 오피스텔 논란을 리포트로 처리한 뒤 MBC가 SBS 세습경영 관련 토론회를 비중있게 다루면서 자칫 감정 대결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BS는 지난 12일 8시뉴스 ‘MBC 일산센터 오피스텔 분양 특혜 논란’에서 오피스텔 건립의 특혜 시비와 용도변경 논란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전날 KBS와 SBS가 이를 각각 단신으로 처리했던 것에 대한 후속 보도인 셈이다. 며칠 뒤 MBC도 지난 15일 뉴스데스크 ‘SBS “방송세습 안된다”’에서 민언련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SBS 족벌세습 경영에 대한 시민사회의 역할’ 토론회 내용을 비중있게 다뤘다.

이와 관련 동종업계 비판을 삼가왔던 기존 관행을 깨고 상호 비판 차원에서 취재·보도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양측의 감정 대립이 보도에 개입된 것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한 방송사 기자는 “기사 판단은 각 사가 알아서 할 문제지만 SBS의 보도에 어떤 의지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MBC가 SBS 관련 토론회를 리포트로 처리한 것이 감정적 대응은 아닌지 기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MBC와 SBS측은 이러한 반응이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SBS 보도국 한 간부는 “첫날은 시간상 단신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고 다음날(12일) MBC가 공식 해명에 나섰기 때문에 기사가 충분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MBC 보도국 한 간부도 “SBS의 세습 문제는 방송 환경의 변화와도 관련된 것으로 중요한 이슈”라며 “SBS의 오피스텔 보도 때문에 의도를 갖고 기사를 키웠다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한편 KBS가 MBC 오피스텔 논란을 후속 보도하지 않은 것은 “윗선에서 보류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게 보도국 기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KBS 한 기자는 “MBC 오피스텔 문제가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기사 판단이 애매한 부분도 있었지만 KBS 간부들이 어떤 판단으로 기사를 보류했듯이 타사도 어떤 의지를 갖고 보도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KBS가 상대사 문제를 적극 보도하지 않는 것도 적절한 태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