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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열화 언론이 앞장"

예상 합격선 보도 비판 높아

박주선 기자  2002.11.20 11: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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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현실 외면 어렵다”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 중심의 입시보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97년 교육부 출입 기자단이 대학·학과별 예상합격선을 보도하지 않기로 하면서 입시보도가 한단계 개선됐지만 여전히 명문대 지원가능점수 중심의 보도는 입시과열과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자 조간신문은 일제히 입시기관에서 분석한 점수대별 지원가능대학을 표로 실었다. 분류 기준은 △서울대 △연고대 및 상위권대 △지방국립대 △서울소재대 △수도권대 △4년제대 등이었다. 이어 대부분 신문들은 15일자에 중앙학원이 대학별 전형 방법을 기준으로 발표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의 지원 가능 점수를 실었다. 원칙적으로 보자면 15일자 보도의 경우 “특정대학 특정학과 등 대학과 학과를 점수와 연계한 관련 기사는 일절 보도하지 않는다”는 교육부 출입기자단의 대학입시 보도강령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송환웅 참교육학부모회 모니터팀장은 “신문에서 점수표를 보도하는 것은 정보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수요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며 “대학별 전형이 달라 실제 원서 쓸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학 서열에 대한 선입관만 고착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송 팀장은 점수 보도 대신 “일간지에서 입시 관련 정보를 이용하는 방법을 안내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특정대학 중심의 점수 보도는 대학 서열화를 고착화시킬 뿐만 아니라 입시 과열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삼 전교조 정책연구국장은 “교육부가 ‘2002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수능을 자격시험화 하고 석차나 총점을 제시하지 않기로 했는데 언론이 총점 위주의 보도를 계속하면서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정보 수요가 있는 현실을 외면하기는 힘들다”고 난색을 표했다. 한 교육부 출입기자는 “기자단에서 보도강령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문사 내부에서조차 특정학과 점수를 왜 안 쓰냐는 얘기가 나오는 게 현실”이라며 “15일자 보도의 경우 수험생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기자단내 고민 끝에 보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