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당일 시험장 방문 등 언론을 의식해 급조된 이벤트성 일정을 잡은 후보 사진을 신문에 실어야 하는가에 회의적이다.” “사진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각 후보의 특성보다는 기계적 공정성에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
대선 사진보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난 9일 서울사진기자회(회장 이종철 한국일보 차장)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사진기자들은 자기반성과 고민을 털어놨다. 다음은 서울사진기자회에서 제공한 세미나 자료를 재구성해 정리한 것이다.
◇신문사진의 공정성을 위한 방안
안철민 동아일보 사진기자는 주제발표에서 대선 사진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연출하지 말 것 △공정성은 단순한 수학적 중립이 아니다 △사진설명은 사실에 충실하게 써야 한다 △기술적인 조작은 안된다 등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연출의 경우 “후보간 정치쟁점의 차이를 보여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그림 효과와 촉박한 마감시간 등을 이유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기자의 판단보다는 후보측 요구가 반영된 사진이 게재되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공정성 문제와 관련, “신문이 각 후보에 대해 같은 크기, 비슷한 표정, 비슷한 성격의 사진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기계적 균형이 공정보도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설명에 관해서는 92년 대선에서 정주영-김동길 두 후보가 통합하기로 하고 악수하는 사진을 두고 두 신문이 “이합집산…정치풍토를 퇴행시키고 있다” “단합을 과시하고 있다”는 사진설명을 각각 쓴 예를 들며 “사진기자는 자신의 사진에 불공정성이 개입되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선 신문사진의 흐름
주제발표에서는 대선 사진보도에 대한 시기별 분석도 나왔다. 신문에 선거사진이 처음 등장했던 1952년 2대 선거에서는 후보들의 인물사진 하나로 대선기사를 다뤘다. 63년 5대 대선 때는 항공사진이 게재됐다는 점이, 71년에는 후보의 표정사진이 등장했다는 것이 특이사항이다. 이후 87년 13대 대선에는 후보자들이 유권자가 아닌 사진기자를 보고 손을 들고 있는 연출사진이 게재되기 시작한다. 92년 14대 대선에는 기계적 공정성을 바탕으로 후보들간의 차이점을 볼 수 없는 획일적 편집이 등장했고, 97년 15대 대선에서는 이같은 태도가 강화됐다.
◇자유토론
사진기자들은 후보들이 언론을의식해 만든 일정을 취재하는 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언론을 의식해 급조된 일정은 취재를 하지 말아야 한다”(이종철 한국일보 사진기자) “후보들의 이벤트성 행사에 역이용 당하면서도 그것을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안철민 동아일보 사진기자)
취재시스템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성일 경향신문 사진기자는 “한 명의 기자가 한 후보의 일정을 따라 투어하는 형식의 현행 취재방식으로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각 후보의 취재편의(식사 숙소 등) 제공 등을 과감히 거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임종진 한겨레 사진기자는 “정당 유세에서 후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집회의 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취재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데스크의 과감성과 취재인원을 추가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철 기자는 대선 취재 때만이라도 정당별 출입기자 외에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기자를 투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안철민 기자는 “각 신문사에서 인원부족으로 일일이 취재하기 어려운 군소 후보의 일정은 연합뉴스에서 공급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조인원 조선일보 사진기자는 “기계적 공정성에 기본적인 회의를 품지만 데스킹 과정에서 불공정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는 현장 노력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덕 세계일보 사진기자는 “연출하지 말자는 말은 듣기 좋지만 전체적인 뉴스흐름과 현장 분위기 사이에 차이가 있을 때 과도한 연출이 나오기도 한다”며 “그것은 현실왜곡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