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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언론공약 분석

취재팀  2002.11.20 1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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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선 후보들이 언론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한편 각종 토론회나 인터뷰를 통해 언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의 경우 민감한 언론계 현안과 관련해서는 소신 있는 발언보다는 비껴간 인상이 적지 않아 집권 후 언론관련 정책을 제대로 펼 수 있을 지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각 당이 밝히는 언론관련 공약을 정리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국정홍보처·신문고시 폐지

방송민영화 방침‘궤도수정’ 시사



지난 13일 공식 발표된 한나라당 대선공약 중 언론분야는 외형상 ‘자율’과 ‘지원’에 맞춰져 있다. 반면 내용적으로는 세부방안에 대한 거론 없이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 표명에 머물러, 실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다. 공약 논의과정에서 “언론분야를 굳이 넣어야 하느냐”는 의견도 제기됐었다는 당 관계자 설명은 언론에 대한 한나라당 ‘신중 기조’의 일단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한나라당은 지난 5월 지방선거 공약에 △국정홍보처 폐지, 총리실 산하 공보실로 축소 개편 △방송광고 자율성 확보와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방송광고공사를 순수미디어렙으로 전환 등의 입장과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대선공약에는 ‘국정홍보처 폐지’ ‘경쟁체제 도입 등 방송광고 제도개선 추진’ 입장을 명시하는 데 그쳤으며 세부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국정홍보처의 경우 정권 일방 홍보라는 폐해를 없애고 순기능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정부부처 개편과 함께 논의할 사안이며 미디어렙 역시 공·민영, 민영 등 그 형태에 대해서는 입장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언론공약은 △언론의 자율성과 매체이용자의 권익 보호 △방송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 개선 등 2개 부분 각 7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전자의 경우 국정홍보처 폐지와 신문고시 폐지가 우선 명시됐다. 신문고시 폐지는 타 업종과 형평성을 고려, 기존 공정거래법을 통해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ABC제도와 시청률 조사제도 정착, 언론중재위 역할 강화와 법 절차 간소화,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 강화 등은 자율 경쟁체제 조성과 매체이용자 권익 옹호 방안으로 제시됐다. 공적 기능 강화의 경우 재난방송 역할 재정립 등이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정기간행물법 개정에는 인터넷언론의 매체 등록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방송관련 제도개선 분야로는 공익성 실현과 방송영상산업 진흥에방송발전기금 중점 지원, 지상파TV 등 방송의 디지털 전환사업 정착 지원,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공익적 채널 지원 등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디지털 전환의 경우 논란이 되고 있는 전송방식 변경 문제 보다는, 전환사업 재원 마련이 대부분 방송사에 맡겨져 있음을 감안, 행정적 지원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방송·통신·인터넷 융합에 따른 법률제도 정비 관련 공약은 정보통신부 존립이 걸려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미국의 FCC(연방통신위원회) 사례 참고, 방송통신에 관한 법률 제정 등 중장기적 과제로 삼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공정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 마련’ 공약을 통해 민영화 방침에 대한 ‘궤도 수정’을 시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공영방송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도의 공정성, 인사의 독립성 확보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







민주당 노무현 후보

“방송위원장 인사청문회 검토”

소유지분·여론독과점‘사회적 합의’ 강조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지난 18일 150대 핵심공약을 발표했으나 관심을 모았던 언론관련 공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 후보측은 25일 이후 나올 정책 자료집에는 언론관련 공약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후보단일화 논의 때문에 종합적인 공약내용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노 후보의 언론정책은 확고한 편이다. 정책선거특별본부 황의홍 심의위원은 “그동안 노 후보가 MBC 미디어비평 등 외부에서 밝힌 언론관련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며 대부분 정책자료집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초안이 완성된 노 후보의 언론관련 공약은 기본적으로 △언론사 세무조사 정례화 △신문고시 처벌규정 강화 △공동배달제 지원 △연합뉴스사법 제정 등 언론관련 현안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기간행물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편집권 확보와 경영투명성을 위해 언론관련 법제를 정비하겠다는 선에서 명문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유지분 제한이나 여론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시장 점유율 제한 문제 등 쟁점 사안의 경우,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방법에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공약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방송정책과 관련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 구성 △매체간 균형발전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제작기반 확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다른 정부 조직과 함께 정부조직진단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송계 현안인 디지털TV전송방식 변경 문제 등은 현재까지도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으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만큼 공약에는 포함시키기 않기로 했다. 집권 후 방송 종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해 재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노 후보는 이외에도 MBC 미디어비평에 출연, 언론계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 후보는 혼탁한 신문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원칙대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서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메이저 신문이 신문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것과 관련 “여론 독과점은 문제”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KBS 2TV나 MBC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 후보는 또 PD연합회와의 인터뷰에서 KBS의 수신료 인상과 관련 “KBS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공공성 강화 노력이 선행된 후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내년 2월말로 위원 임기가 끝나는 방송위윈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방송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방송시장 개방과 관련 지상파방송사의 외국인 지분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이 외국인의 지분 및 주식 취득을 엄격히 금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KBS2·MBC 민영화 “찬성”

지상파 외국인 소유 자율 유지선에서 허용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는 현재까지 언론관련 공약을 밝히는 데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MBC 미디어비평에서 진행한 언론정책 관련 대담에도 출연하기로 했다가 녹화 하루 전날 “특정분야인 언론에 대해 언론인 출신도 아니면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작위적”이라는 이유로 불참하는 등 언론에 대한 입장 표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 후보측은 언론관련 공약과 언론계 현안에 대한 본보의 서면질의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단계가 아니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박호진공보보좌역은 “오는 25일 구체적인 세부전략을 담은 정책공약집이 나온다”며 “언론관련 공약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계 현안과 관련 구체적인 공약을 담기보다는 언론에 대한 기본방향만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언론정책에 대한 정 후보의 입장은 현재 별로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시장원리에 입각한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정 후보는 지난달 31일 기자협회가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규정에 따라 5년에 한번씩 정례적으로 실시할 것”이라며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또 “국가보안법 중 고무찬양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에 대해서는 “언론사도 기업이니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영향력이 크니까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신문고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그런 규정이 있다면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선에서 답했다.

방송정책과 관련해서는 PD연합회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비교적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정 후보는 방송계 현안 가운데 하나인 KBS 2TV와 MBC의 민영화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데 이어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 “KBS 2TV는 민영으로 전환하고 KBS 1TV는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철저한 공영방송체제가 돼야 한다”며 “수신료는 폐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정 후보는 또 “방송위원장의 인사청문회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재의 방송광고공사는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설립과 관련해서는 “특정 부서의 폐지나 신설, 통폐합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근거를 찾기는 쉽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방송시장 개방과 관련 지상파방송사의 외국인 지분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경영권이나 편집권 등 방송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할 수 있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논란을 빚고 있는 디지털 전송방식과 관련해서는 “한번 결정된 것을 바꾸는 것은 국가의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결정과정에 심각한 잘못이 있다면 바꿔야 한다”며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신문시장 독과점 법으로 규제”

정보통신부 폐지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민주노동당은 이번 주중 대선공약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언론분야와 관련 권영길 대선후보가 “집권하면 가장 먼저 언론개혁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소유지분 제한, 여론 독과점 규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지상파 디지털 전송방식 변경 등 쟁점에 대한 입장이 가장 뚜렷하다. 민주노동당의 이같은 공약은 언론노조에서 확정한 ‘2002 대선 공약화를 위한 언론개혁 9대과제’를 그 근간으로 하고 있다.

신문의 경우 판매시장 정상화를 위해 신문고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공정거래위가 규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언론시민단체에서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신문시장 독과점 양상 역시 법제화를 통해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 후보는 이와 관련 MBC 미디어비평에 출연, “법제화를 통해 70% 이상의 점유형태는 규제돼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동아 조선 중앙 세 신문이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70% 점유율은 규제해도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정기간행물법 개정 공약은 소유지분 제한, 편집권 독립 명문화, 인터넷언론 매체 등록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분제한의 경우 ‘대주주 소유지분을 특정관계인을 포함해 15% 이하로 제한’한다는 언론개혁 9대과제 내용이 준용된다.

방송 분야에서는 정보통신부 폐지,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이 주요 공약으로 포함된다. “국내 방송·통신산업의 종합적, 체계적 육성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방송·통신관계기구 일원화 및 방송통신 관계법 정비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송방식 변경의 경우 미국식 전환 추진 중단 입장이 명시된다. “선정과정과 절차의 비민주성, 난시청과 이동수신 불가 등 결함이 노출된 만큼 미국식 전환 추진을 중단하고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방송위원회 위상에 대해서는 방송위 위원장 임명 전 인사청문회 명문화, 방송전문성 경영적 기술적 능력 등에 따른 방송위원 추천 방식 개선, 방송정책과 관련 문화관광부와 합의를 협의로 변경 등의 법 개정 방침을 공약으로 제시한다.

방송광고 분야의 경우 방송광고공사 폐지에는 찬성하나 민영 미디어렙 신설 등에 대해서는 “소규모 방송, 지역방송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고려한다”는 방안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WTO 협상과 관련 지상파방송에 대한 시장 개방과외국인 지분 참여 문제는 방송의 공익성, 문화주권 확보를 위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권영길 후보는 PD연합회와 가진 인터뷰에서 △KBS 국감은 정책감사가 되기보다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소지가 많아 재검토가 필요하며 △수신료는 점진적으로 인상돼야 하지만 경영 투명성 보장 등 개혁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해 위성방송 재전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