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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는 금주회 아세요?"

소년한국 금주회 "2년 동안 한번도 안 걸렀어요"

박주선 기자  2002.11.20 11: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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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가 끝나는 금요일 저녁. 하루하루 기사마감에, 업무에 시달렸던 사람들에게 한잔 술은 어떨까. 그날 소년한국일보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인다.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른 조건은 없다.

금요일과 술을 뜻한다는 금주회. 퇴근 후 동료들이 모이는 흔한 술자리치고는 독특한 구석이 있다. 첫째, 시작한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모임을 거른 적이 없다. 둘째, 편집 사업 광고 판매 기획 등 모든 부서 직원들이 함께 어울린다. 가끔은 소년동아일보, 소년조선일보 등 경쟁매체 기자들도, 전직 사우들이 합류하기도 한다.

11월 셋째 주, 꽤 쌀쌀했던 금요일에는 청진동 입구 지하 호프집에서 한판이 벌어졌다. 지난 여름 고정 모임 장소였던 건너편 OB라운지가 고급 술집으로 바뀌면서 매주 장소를 바꾸고 있다. 이날도 참석자는 열 명이 넘었다. 소년한국일보 전 직원이 34명이니까 참석률 30%는 거뜬하다. 왼쪽부터 소개를 하는데 기획부, 사업부, 판매부, 취재부 등 소속 부서도 다양했다. 소년조선일보에서 온 ‘외부인사’ 두 명도 함께 했다. 몇 달 전 국방일보로 전직한 한 사우도 1차가 끝나기 전에 가세했다.

“평소 회사에 있을 땐 부서간 얘기를 거의 못 해요. 술자리에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데 열받았다는 식으로 얘기를 풀어놓죠. 문제를 해결해주기보다는 들어주는 건데 스트레스도 풀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도 좋아요.”

어디나 편집국과 업무 부서간 벽이 있기 마련일텐데 금주회는 그 벽을 허무는데 일등공신이다. 모임의 CEO로 불리는 박재용 NIE연수기획팀장은 “기자들은 기자들대로 업무국 직원들은 그들대로 서로에 대해 오해나 불만이 많았는데 금주회에서 선배, 후배 하면서 어울리다보면 저절로 풀려요. 일할 때도 참 편해지죠”라고 말했다.

참고로 CEO는 총무 역할을 병행한다. 모임의 규칙이자 재원인 회비를 거두고 관리하는 것이다. 올초부터 선배들에게 집중적으로 쏠리는 부담을 줄이고자 남자는 1만원, 여자는 5000원, 외부인은 무료라는 원칙을 세웠다. 물론 호프집에서 1차를 하고 2차, 3차를 가기에는 부족하다. 그래도 한번도 적자가 나지는 않았다는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덕분에 여유 자금으로 봄, 가을에 을왕리 해수욕장, 홍천에 두 차례 야유회를 다녀왔다.

오후 9시 40분, 2차로 옮길 준비를 한다. 지난 8월 회원들이 한 두명씩 빠지면서 모임이무산위기까지 갔었지만 짧은 위기일 뿐이었다. 이날도 외부인사 두 명과 취재기자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2차로 향했다.

금요일 저녁, 술친구가 그립다면 금주회 문을 두드려보면 어떨까.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