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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소홀 땜질 처방만

IMF 5년, 언론 무엇이 변했나

박주선 기자  2002.11.27 10: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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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독과점 심화…인력 회복 안돼









97년 11월 시작된 IMF 구제금융체제 이후 5년이 흘렀다. 그간 언론사 경영, 신문시장, 근무환경, 기사사회에는 어떤 변화 바람이 불었을까.



근무여건 및 경영



97년 감소하기 시작한 언론종사자 수는 2001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으나 100% 회복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2002 한국신문방송연감에 따르면 97년 4만2368명이던 언론종사자 수는 2000년까지 6409명이 줄어들었고, 이후 2년새 4351명이 증가해 2002년 4만310명에 달했다. 10개 중앙일간지 편집국 종사자수 역시 현재 2480명으로 외환위기 직전 2890명(97년 3월 기준)보다 410명이 적다. 반면 각사가 증면을 단행해 현재 주 발행면수는 246.4면으로 97년 235.2면, 98년 185.2면보다 늘어나 업무강도는 크게 높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언론사 경영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차입경영은 5년 사이 부채가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개선됐으나 여전히 부채비율이 높아 과제로 남아있다. 2001년 9개 중앙지 결산보고서(경향 3월 결산으로 제외)에 따르면 총부채는 1조9095억원으로 97년 2조3207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그러나 경향 국민 세계 한국 등이 자본잠식 상태에 있고 문화(62.1%) 조선(101.3%)을 제외한 나머지 신문사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다. 한 언론사 경영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서는 IMF로 부실채권 정리, 체질강화, 수익성 위주 성장지표를 우선시하는 등 약이 된 측면이 있지만 언론사는 혁신적인 변화를 했다고 할 만하지 않다”며 “차입 위주 경영 등 여전히 미완의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IMF 구제금융체제는 신문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기도 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동아 조선 중앙 등 3사의 시장점유율은 97년 62.2%에서 2000년 67.2%, 2001년 67.8%로 높아졌다. 한 신문사 광고국 관계자는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하면서 과거처럼 전 신문사에 일괄적으로 광고를 주지 않고 규모가 큰 몇몇 사에만 집중적으로 주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자사회 문화



“IMF 이후 술자리가 달라졌다. 등심에서 삼겹살로 바뀌었고, 횟수도 많이 줄었다.”

한 신문사 노조 사무국장 얘기대로 외환위기 이후 기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 중 하나가 술자리다. 97년초 특파원 발령을 받아 99년말 귀국했던 한 신문사 기자는 “그 전에는 주로 양주폭탄이었는데 소폭이 많아졌고 자리가적어졌다. 취재원들이 술 사겠다는 전화도 확연하게 줄었다”고 말했다.

기자의식보다는 소속사 논리에 충실해지는 모습에 씁쓸함도 묻어난다. 25년차 한 논설위원은 “기자들간에 유대감이 사라지고 자사이기주의가 팽배해간다”고 말했다. 한 신문사 사회부장은 “기자정신을 잃고 사원이 돼가는 모습은 90년대초 물량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시작됐다”면서 “IMF는 이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 편집부 기자는 “과거에는 편집 광고 경영이 별개 개념으로 이해되다 갈수록 경계가 무너지고 있고 위기에 대한 절박감으로 어느 선까지는 이해하자는 분위기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외에 출입처 기자들과의 동료의식 저하, 연봉제, 성과급제 도입으로 인한 경쟁 과열 등이 IMF 이후 달라진 양상들로 꼽혔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