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북한 도발징후 보고 묵살' 완벽한 특종기사 '호평'

신병식 위원  2002.11.27 11:04:41

기사프린트

‘고추 군납비리’ 심사위원 전원 찬성 수상영예 안아



신병식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SBS 해설위원



이달의 응모작품들은 특히 취재보도 부문과 지역기획보도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 각각 8편과 10편이 출품되는 등 모두 28편이 응모했다. 부문별로 한 두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2차 심사 기준인 10점 만점에 8점이 넘을 만큼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도 높은 편이었지만 크게 사회적 이슈가 됐던 대형 기사가 눈에 띄지 않아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총평이다.심사 결과는 취재보도부문 2편, 기획취재부문 1편, 지역취재부문 2편, 지역기획부문 1편 등 모두 6편만이 수상작으로 뽑혀 매달 평균에 비해 수상작이 적은 편이었다.

취재보도 부문은 8편의 응모작 가운데 1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본심까지 올랐으나 심사위원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은 2편에 그쳤다. 1차 심사부터 1위를 차지한 세계일보의 ‘북한 도발 징후보고 묵살/6·13 보고서 수정 문건 확인’은 특종기사의 요건을 완벽히 갖춘데다가 주요 사회적 쟁점이 됐던 기사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기사는 보도 일시와 쟁점화 시기가 9월이어서 이달의 기자상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논란을 제공하기도 했다. 예심 2위로 본심에서 역시 과반수를 얻은 이데일리의 ‘SK-JP모건, SK증권 주식 이중거래 파문’은 전문 경제기사의 특성상 사회적인 파장이나 여타 매체의 반응이 약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도가 없었다면 완벽히 파묻힐 수도 있었던 비리를 캐내 수사와 시정을 끌어낸 특종보도의 전형이라는 평이었다. 이밖에 국민일보의 ‘박영관 보호 서울지검장 바꿔라’ 기사도 검찰의 수사에 정략적인 접근 시도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훌륭한 문건 발굴 보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쟁점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이 감점 요인이 돼 아쉽게 탈락했다.

기획취재 부문은 출품이 5편에 불과해 3편이 본심에 올랐다. 수상작인 중앙일보의 ‘DJ노믹스 미완의 개혁/국민의 정부 경제실록’에 대해서는 심사위원간에 찬반이 엇갈릴 만큼 격론이 벌어졌다. 1년 이상 공을 들인 장기 기획으로 빅딜을 비롯한 현정부 초기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심층 취재에다 흥미까지 곁들였다는 평이지만 DJ 개혁정책의 본질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따랐다. 역시 중앙일보의 ‘뛰자 한국 여성 시리즈’는 소외 계층인 여성 인력 활용에관한 접근 시도가 참신했지만 시리즈의 일부 내용이 여성계의 반발을 사는 등 제안에 그친 부분이 감점 요인이 됐고 MBC의 ‘북파 특수요원 숨겨진 진실’은 역사적 진실을 추적 취재하면서 취재원에 대한 설득까지 벌인 노력이 돋보였지만 취재원인 북파공작원 단체가 여러 개로 갈라져 있는데다가 훈련 화면이 인터넷 매체에 먼저 공개됐다는 점이 아쉬웠다.

지역취재 부문에서는 매일신문의 ‘고추 군납비리’ 기사가 이달 응모작 가운데 유일하게 심사위원 12명 전원의 찬성표를 따냈다. 농협의 고질적이고 관례화된 군납 비리와 군 관계자들의 비호까지 파헤치는 등 후속 보도까지 이끌어 낸 수작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추적이 요구된다는 평이었다. 광주일보의 ‘전남도청 입찰 비리’도 지자체들마다 경쟁적으로 추진하던 자체 전자입찰 시스템이 손쉽게 해킹이 되는 등 오히려 입찰 부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해 전남도가 사과 성명과 함께 조달청의 입찰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고발 언론의 본령을 발휘했다는 평이었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지역기획 부문은 10편이나 출품돼 2편을 제외하고 모두 본심에 올랐으나 수상작은 CBS의 ‘학대받는 외국인 여성들’ 한 편에 그쳤다. 미군과 결혼해 해외에 나간 한국 여성들의 실태를 추적보도해 지난 달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바 있는 CBS가 라디오 매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주제를 설문조사와 면담을 포함해 심층 취재한 노력이 높은 점수를 샀다.

탈락 작품 가운데는 한라일보의 ‘수원을 살리자’가 재건축 현장에서 발견된 지하 용출수를 공사 차질을 우려해 숨기려던 제주시를 상대로 활용 방안까지 제시한 참신한 기사였으나 과반수에서 한 표가 모자라 아쉽게 탈락했다. 사진과 편집 등을 대상으로 한 전문보도부문은 응모작이 한 편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