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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부산영화제를 찾는 이유

김소연 기자  2002.11.27 1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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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대한매일 문화부 기자





영화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평소와 달리 수많은 영화의 정보를 꼼꼼히 뜯어보고,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 줄을 서서 표를 끊었다. 대형 스크린 앞에 수백명이 모여 앉아 함께 호흡하고 때로는 폭소를 터뜨리면서 예술영화를 감상하는 그 들뜬 분위기,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즐거움이었다.

영화 담당 기자가 된 뒤 주위에서는 “맨날 영화만 봐서 좋겠다”며 부러워하지만, 사실 취미는 취미로 끝나는 게 좋다. 그저 영화가 좋아서 극장에 가던 시절에는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서 봤지만, 지금은 내 선호도와 상관없이 좀 큰 영화다 싶으면 무조건 봐야 한다. 만든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세상에 쓰레기 같은 영화가 그렇게 많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영화는 예술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나에게 영화담당 기자로서의 경험은 영화는 산업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한달에 개봉되는 10∼25편의 영화 가운데 예술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영화는 고작 1∼2편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구분하는 것은 엘리트의 오만이라 생각해 왔지만, 산업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영화판을 겪을수록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산업논리를 무시하는 영화는 관객과의 소통로를 확보하기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예술영화가 아니더라도 작은 규모의 영화나 비할리우드 영화는 고작 1∼2개 개봉관에서 1주 이상을 버티기가 힘들다. 극장을 찾기도 힘들고 홍보도 제대로 못하다 보니 관객도 적을 수밖에. 이런 영화들에는 기자시사회 때 기자 수도 적은 편이다. 관객에게 갖는 영향력이 적으니 찬밥 취급을 받기 일쑤다.

부산영화제에서의 경험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일반 극장에서는 홀대 받는 예술영화들을 대형 스크린으로 수많은 관객들과 함께 감상하는 데서 오는 감동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영화팬들은 해마다 그 먼 곳을 힘들게 찾아가는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부산영화제의 최고 성과로 PPP(부산 프로모션 플랜)를 꼽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제의 존재이유는 다양한 영화에 숨통을 틔워주고 예술적 가치를 보호하는데 있지 않을까. 영화 한 편의 제작비 정도로 겨우 꾸려지는 부산영화제와 더 열악한 다른 영화제에 이제부터라도 보다 많은 예산이 지원되기를 바란다.